문화>영화리뷰>'증인' | 문화
관리자 | 조회 2090 | 2019-03-08 11:08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에는 크게 두 종류의 영화가 있는 것 같다. 재미있게 봤지만 나오는 순간 증발하 듯 금새 잊혀지는 영화와 오래도록 여운이 남아 두고두고 되새김질 하듯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증인>은 후자에 속하는 영화이다. 이런 작품은 꼭 전 국민이 봤으면 좋겠고 특히 청소년들이 꼭 봐야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증인>은 자폐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 가는 법정드라마이다. 영화 <완득이>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의식 있는 질문을 던진 이한 감독의 또 하나의 의식 있는 수작이다
주인공 지우(김향기)는 소도시 변두리동네에서 살고 있는 자폐소녀이다. 비록 자폐라는 장애를 갖고 있지만 천재라고 할 만큼 기억력과 언어구사력이 뛰어나서 장래 변호사가 되고 싶은 꿈 많은 여고생이다. 지우의 평온한 삶은 어느 날 우연히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면서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순호(정우성)는 피고 미란의 변호사이다. 미란은 죽은 노인의 간병인으로 사건 초기에 지우의 증언에 의해 살인범으로 체포되었다. 사건의 변호를 맡은 순호(정우성)는 유일한 목격자인 지우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시키려고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매일 학교 앞으로 찾아가서 말을 걸고 간식을 사주는 등 친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자폐를 가진 지우와 친해지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좋아하는 퀴즈풀기를 하면서 지우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결정적으로 지우를 늘 챙겨주고 함께 다니는 친구가 알고 보니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지우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광경을 목격하고 순호가 지우를 구해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우의 신뢰를 얻게 되어 마침내 지우를 살인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세우는데 성공한다.
순호는 증인으로 출두한 지우가 자폐아이기 때문에 표정식별이 어려우며 부지불식간에 자폐를 정신병이라는 표현을 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지우에게 큰 상처를 준다. 지우가 순호와 친해진 후에 문득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친한 친구는 항상 웃는 표정이지만 자기를 이용하는데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라고 재차 묻는다. 당황한 순호는 그 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본인이 무죄라고 믿는 피고인을 변호하기 위해 지우를 증인으로 이용한 꼴이 되어버렸다.
1차공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아 승소하였지만 재판이 끝난 후 피고인에게서 앞 뒤가 맞지 않는 거짓말을 듣게 된 순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사건을 파헤친다. 지우에게 사과를 하러 찾아가지만 큰 상처를 입은 지우엄마는 지우의 증인출석을 완강히 거부한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있는 지우는 ‘변호사는 될 수 없지만 증인이 되고 싶다’면서 엄마를 설득한다.
자폐를 가진 여리디여린 한 소녀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죽을 만큼 힘든 일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세상을 향하여 용기를 내는 모습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또한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면서까지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순호의 모습에서도 ‘사람답게 살기’에 대한 깊은 울림 있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초반의 대사와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엔딩대사가 귓전에 오래도록 맴돈다. 영화 <증인은>'좋은 사람'으로 '좋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가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