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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073 | 2019-06-08 12:26
다시 호모루덴스 시대
사진출처 픽사베이
일자리를 AI로봇에게 내주는 만큼 인간들에게는 신나는 놀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호모사피엔스와 호모파베르의 효용성이 사라져간다. ‘최재붕’ 교수가 ‘포노사피엔스’라는 주제로 현대인을 표현하지만 포노사피엔스들은 인공지능에게 빅데이터를 제공하면서 호모사피엔스들의 사고방식과 사회를 학습시키고 있다. TV가 바보상자라는 별명을 얻었던 때와는 달리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으로 더 영리해지기도 하면서 포노루덴스라는 말이 더 어울리게 휴대폰과 놀고 있다.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를 즐기는 호모루덴스의 품 안에서 문화와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일과 놀이가 전 지구적으로 분리된 상황은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태동기라고 본다. 일은 여가시간을 충분하게 즐길 수 있다면 놀이로 인식되지만 생존을 위해서 어떤 강요나 강제가 느껴질 때 일로 변질된다. 그런데 문제는 놀이와 일이 분리되면 놀이도 변질되는 문제가 생긴다. 일과 놀이가 분리되지 않았을 때는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도 잘 분리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잘하는 일로 돈을 벌고 좋아하는 일로 여가를 보내자는 선택을 하게 되면 여가 시간에 술과 마약과 도박과 폭력이 생각나는 방향으로 간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던 도파민 세로토닌 약간의 노르아드레날린과 엔돌핀 등의 호르몬들은 잘하는 일이지만 인내를 오래 해야 하는 동안 코르티솔로 상당 부분 대체가 된다. 그래서 일이 끝나면 도파민과 엔돌핀을 위한 술과 마약,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을 위한 도박과 폭력이 급하게 당기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분리되지 않으면 호르몬들은 놀이와 구분되지 않는 일 속에서 잘 섞여 순환을 한다. 마치 화가가 이미 그림에 취했는데 술 마시자는 전화가 오면 바로 거절하는 상태나 지갑과 쌀독이 비어있는 줄 모르고 붓을 잡고 노는 상태일 것이다. 물론 직장인 중에서도 일이 끝나면 건전한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지만, 그 건전한 취미생활도 일과의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많으며 일이 순조롭게 성과가 나올 때에만 취미를 즐기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일이 망가질 때 취미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면 그 취미는 진정한 취미가 아니다. 일이나 몸이 망가졌는데도 취미생활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면 그는 원래부터 일과 놀이를 분리시킨 사람이 아니었거나 취미가 주도권이 더 센 경우이므로 다른 일을 또 찾을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놀이 속에서 생기는 일들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놀이 속에 숨어있던 일들이 요즘 유튜브라는 SNS 채널을 통해서 다시 일과 놀이가 뒤섞인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2018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일이 되어버린 7세 아이는 년 수입 250억을 올렸다. 그 놀이가 일이었다면 불가능한 현상이다. 인터넷과 휴대폰은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어야만 성공하는 일들이 많아지게 하고 있다. 7세 아이의 250억 수입과 게임으로 돈을 벌고 게임만 하는 회사가 생긴 사례는 다시 호모루덴스의 시대가 다가오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본다.
미래에는 더더욱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여전히 분리되어 갈 것이다. 문제는 일반인공지능 AGI가 인간들이 잘하던 일의 거의 전부와 인간이 좋아하는 행위(놀이)의 일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에게는 좋아하는 일만 하며 즐기는 아마추어 백수로 살거나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어서 즐기는 프로 일꾼이 되는 길만 남는다. 어떤 부모들은 여전히 자식들에게 잘하는 일도 아니고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잘 하길 바라는 일을 권하고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호모루덴스의 시대가 다가옴을 간파하길 바란다.
글 고리들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