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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128 | 2019-06-08 12:31
‘냄새’와 ‘선’으로 구분 짓는 상류층과 하층민의 대비
대한민국 영화사상 최초로 칸느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작이 나와 최근 영화계가 시끌벅적하다. 도시 하층민과 상류층을 극적으로 대비시켜 풍자한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은 개봉 이틀 만에 단숨에 누적 관객 수 100만을 돌파하고, 연일 100만명 이상 누적관객수를 늘려가고 있다.
기택(송강호)은 변두리 반 지하에서 변변한 직업도 없이 살아가는 도시 하층민 가장이다. 우연히 아들 기우(최우식)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친구의 부탁으로 박사장(이선균)의 큰 딸의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며칠 후 기우는 자신의 여동생 기정(박소담)을 미술심리치료를 전공한 실력자로 둔갑시켜서 심리 장애가 있는 박사장 아들의 미술교사로 들어오게 한다. 기정은 운전기사를 모함하여 해고당하게 한 다음 아버지 기택을 운전기사로 소개하여 취업을 시킨다. 마지막으로 가정부 문광(이정은)을 곤란한 지경으로 몰아 누명을 씌워 내쫓은 다음 엄마 충숙(장혜진)을 새 가정부로 들이게 하여 일가족 4명이 다 한 집에서 일하는 데 성공한다.
‘기생충’이라는 제목만 보고 전염병이 창궐하여 대재앙이 일어나는 영화라고 지레짐작했는데 실제 영화 내용은 진짜 기생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온 가족이 박사장네 집에서 일하게 되는 장면까지 보고 나서야 상류층에 고용되어 먹고 사는 도시 하층민을 ‘기생충’에 빗대어 이름 붙인 것을 알게 된다.
영화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내내 ‘냄새’를 복선으로 깔고 가는데 극 중 ‘냄새’는 상류층이 하층민을 경멸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극 중 박 사장은 아내인 연교(조여정)에게 운전기사 기택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고, 기택은 그때마다 우연히 듣게 된다. 박사장의 어린 아들 역시 냄새에 관해 민감하여 기택 뿐 아니라 기우, 기정, 그들의 엄마인 가정부 모두 똑같은 냄새가 난다고 주장 한다. 그 냄새는 바로 습한 지하실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로 네 사람이 한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나는 냄새이다.
또한 박사장은 운전기사인 기택에게 선을 분명히 그어놓고 그 선을 넘어오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선’은 사적으로 친근감 있는 질문이나 관심을 표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사는 기사의 업무만 충실하면 되고 가정부는 가정부가 할 일만 하면 된다. 거기서 선을 넘는 인간적인 교류나 친분은 있을 수 없다. ‘냄새’와 ‘선’이라는 두 가지개념으로 스스로를 상류층으로 규정하는 박사장의 특권의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후반부의 충격적인 반전이 압권이다. 박 사장 일가가 캠핑을 떠난 날, 기택의 가족은 박사장의 집에서 제 집인 양 거실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가정부로 일하다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쫒겨 난 문광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밤중에 느닷없이 들이닥친다. 문광이 박사장네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내내 깊은 지하실에 수 년 간 자기남편을 숨겨서 살게 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극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본격적인 스릴러로 반전된다.
영화 ‘기생충’은 가진 자들의 특권의식을 꼬집는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의 가진 자에 대한 동경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좀 더 가졌다고 마치 다른 종족인 양 오만하지 말 것이며, 가난하다고 비굴하게 살지 말라는 메시지가 은연중에 스며든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도시 하층민의 신산한 생활상과 마치 기생충처럼 가진 자들에게 기생하는 무산자들의 삶의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끝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