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취재>8월의 산행, 동학사 | 문화
관리자 | 조회 1803 | 2019-09-03 14:22
계룡산 동학사 계곡 물길 따라 여름 산행
8월 15일 광복절 연휴에 일박이일 여정을 꾸려 충남 부여로 떠났다. 첫 날 부여 궁남지 일대를 둘러보았다. 이튿 날 가기로 예정되었던 동학사는 일이 생겨서 그 다음 날인 17일에 가게 되었다. 계룡산 자락에 있는 동학사 들어가는 진입로에 벛 꽃 나무가 유명하여 봄에 와 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시기를 놓쳐서 늦여름에서야 찾아왔다.
전주에서 출발하여 한 시간 여 만에 동학사 부근에 도착하였다. 푸른 이파리를 무성하게 달고 서 있는 벚꽃 나무 가로수길 옆에 식당의 메뉴 사진이 왠지 맛있어 보여 직감을 믿고 들어갔다. 메밀 음식 전문점인데 메뉴에 소고기 국밥이 있어 같이 시켜 먹었다. 모든 음식이 깔끔하고 아주 맛있었다. 김치와 두부 속을 넣은 메밀 전병도 시켜먹었는데 고소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식사를 끝내고 동학사 주차장 위쪽으로 올라가 작은 다리를 건너서 동학사 쪽으로 향했다. 길 양옆으로 식당가가 즐비하다. 시가지 규모가 작은 읍내 규모한것이 생각보다 많이 커서 내심 놀랐다. 동학사라는 이름만으로 상당히 한적하고 조용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나 보다. 식당가 아래 계곡 옆 그늘에서 평상을 대여하고 물놀이와 식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가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즐비한 식당가가 끝나는 곳에 매표소가 있고 매표소를 지나면 시원한 숲 그늘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나온다. 길 아래로 맑은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여름 장마가 비켜 갔는지 계곡에 생각보다 물이 많지 않아 풍부한 계곡물을 기대하고 왔는데 다소 실망스럽다.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경사길을 일킬로미터쯤 올라가니 길 왼편 위쪽에 솟아 있는 동학사가 눈에 들어온다. 수행자들이 많은지 숙소가 여러 채 있고 규모가 상당히 크다.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보며 눈길 닿는 곳 마다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풍경을 담아본다.
동학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으로 접어드는 등산로가 나오는데 넓적 하고 판판한 돌을 깔아놓아서 걸을 만 하다. 한참 산길을 올라가 은선폭포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이 나타난다. 폭포까지는 4~50개 되는 계단을 몇 차례 굽이돌아 올라가야 한다.
힘든 여정 뒤에 짠 하고 나타날 멋진 폭포를 기대하며 헉헉거리며 마지막 계단을 딛고 올라선 순간 눈앞에 멀리 가느다란 한얀 물줄기가 보인다. 은선폭포인데 수량이 너무 적어서 다소 실망이다. 그래도 산 정상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과 병풍처럼 둘러싼 절벽의 비경이 있어 나름 만족스럽다.
폭포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은 후 하산이다. 내려오다가 동학사 앞 계곡물에 산 길 오르느라 고생한 발을 담그고 앉았노라니 산행의 행복감이 뒤늦게 밀려온다.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빗방울이 뿌리기 시작하여 서둘러 내려와서 길가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니 계곡으로 통하는 계단이 나오고 계단 아래 바깥쪽으로 계곡을 끼고 또 하나의 큰 식당이 있다. 하나의 식당에 지상과 지하 2개의 식당이 있는 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한바탕 소나기가 퍼붓는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비 맞은 생쥐꼴을 면하지 못했겠다. 무더운 여름날 바깥 비 구경이 마냥 즐겁다.
내년 봄 벛 꽃 필 때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8월 한여름 동학사 기행을 마친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