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비본래적인 존재를 탈피하여 본래의 나로 바로 서기

실존철학은 객관적 진리보다는 인간 개개인의 혼을 불러일으키는 주관적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이다. 개개인이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독자적,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주체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유한한 존재로서 제약을 받는다. 개체로서 나를 버리고 다수, 대중, 인간들, 사람들 속에 묻혀 있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참 나를 잃고 대중을 의식하며 묻혀서 살아가는 비본래적인 존재를 탈피하여 본래적인 나로 바로 서는 존재가 되는 것이 실존이다.

1단계는 자유이다. 그냥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 태어났지만 의식을 가진 자로서 자유를 행사하는 존재이다. 자유를 행사한다고 하는 것은 필연의 지배 아래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창조 설화에서 하느님의 지시와 명령에 맞선 이브와 아담의 존재론적 실존 항명은 자유를 행사하는 실존의 한 모습이다.

2단계는 가능성이다. 이 실존은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만 가지 사실에 관하여 사고할 수 있다. 앞에 놓인 여러 가지 사건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 수 있고, 결단하고 결정을 내릴 기회가 열려있는 것이다.

3단계는 불안이다. 이 불안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자유가 참자유일 때는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으며, 발붙이고 설 기저를 갖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의 밑은 무(無)여야 하고 이 무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이다. 정신이 위대할수록 자유의 가능성이 크고, 가능성이 클수록 불안은 많아진다.

4단계는 선택이다. 행위의 전초작업으로 선택한 것 중의 다수는 부적절하거나 불합리할 수 있다. 무를 바탕으로 한 자유의 가능성으로 인한 불안은 고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불가피하다. 실존의 본질이고 특성이기 때문이다.

5단계는 책임이다. 선택하고 결정을 하고 결단을 단행한 이상 실존은 책임을 져야 한다. 완전히 자기 존재가 성취되는 층으로 책임 존재가 되는 것이다. 책임 존재가 되는 일이 실존이 추구할 최상의 가치이다. 실존은 니체처럼 그 자신 스스로가 신적인 존재, ‘초인(超人)으로서의 책임존재’가 되거나, 아니면 키엘케골과 같이 ‘신 앞에 서는 실존’이 된다. 사람은 이 두 길 중 어느 하나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유신론적 실존의 길과 무신론적 실존의 갈림길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존재가 선행하며 본질을 지배한다. 인간은 스스로 그의 본질을 창조해야 한다. 그것은 그 자신을 세계에 던지고, 그 속에서 시달리며 몸부림치고 그리하여 서서히 그 자신을 정의해 나가는 것이다.” 나는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주체성을 지닌 사람이다. 대중 속에서 더불어 휩쓸러 가는 인간이 아니라 독자적인 참 나의 존재로서 책임 있게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