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취재>전주국제요리학원 정원도시박람회 | 문화
관리자 | 조회 1657 | 2020-06-19 12:13
이웃과 따스한 정을 나누는 향기로운 정원
전주시가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도 11월 13일에 천 만 그루 정원 도시 전주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본 프로젝트의 범시민 참여 확산을 위한 운동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천 만 그루 정원 도시 전주’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기 위한 사업으로 올해 들어 전주시 곳곳에서 정원 만들기가 사업이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암광장 교차로에 천만 그루 정원 도시의 상징이 될 금암 분수 정원 조성과 덕진공원 연화정 재건축공사가 한창이다.
이와 더불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찾아 수상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번에 아름다운 정원상을 수상한 국제요리학원은 주택가 골목 안쪽에 위치한 규모가 아담한 정원이다. 입구에는 대문 대신 설치한 아치형 구조물에 갖가지 꽃들이 휘감겨 자라고 있어서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과 코와 마음이 동시에 즐거워진다. 그리 크지 않은 정원에 수 십 여종의 꽃과 나무가 자라고 있어 꽃과 나무와 사람이 어우러지니 사방 어디를 봐도 그림이 좋다.
이 정원의 주인장은 한식 대첩 출연으로 유명한 요리연구가 정정희씨이다. 이 날 행사는 30 여 명의 게스트를 초정하여 정원 한 켠에 마련된 야외 행사장에서 ‘자연의 밥상’을 테마로 진행 되었다. 하얀 광목 앞치마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곱고 단아한 모습이 이상적인 정원의 주인장 정정희 원장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큰 대로변에 있는 학원을 이전할 곳을 찾다가 소음이 덜하고 공기가 맑으면서도 도로변에서 접근성이 좋은 주택가 안쪽의 이 집을 사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원에 심은 나무들 중 대표적인 몇 종류를 소개하면서 심게 된 동기와 특별한 사연을 재미나게 술술 풀어나갔다.
앞 집 담벼락에 하늘을 향해 일자로 자라는 나무는 '스카이로켓'인데 이 정원의 제 1호 식물이다. 사시사철 푸른잎을 볼수 있고 차가운 도시 느낌의 콘크리트벽을 커버하려고 심었다고 한다. 부엌 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는 오죽인데 대나무 종류이다. 겨울에서 초봄까지 오후 두 시에 대나무잎에 햇빛이 비치면 유리창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반짝이는데 그 풍경에 매료되어 매일 오후 두 시에는 항상 티타임을 즐긴다. 이 대목에서 하루빨리 정원 있는 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파도쳤다. 대나무는 그냥 심으면 주변에 피해가 가기 때문에 숨 쉬는 항아리에 심었다.
정정희 요리연구가님이 제일 좋아한다는 능소화는 요리실습실 출입문 바로 옆 담벼락을 뒤덮으며 자라고 있다. 한 여름 화사하게 피어나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겠다. 요리를 하기때문에 항상 고개를 숙이고 일하는데 능소화 꽃을 보기 위해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어 더욱 좋아한다. 나무 한 그루를 심더라도 공간의 특성과 주변 환경, 배경 등을 고려하여 심은 세심함과 정성이 느껴진다.
다음으로 소개한 식물은 풍선덩굴인데 가을에 풍선 같은 열매에 씨가 맺히면 담벼락에 매달아 동네 사람들에게 분양하는데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지나가는 행인이 고개만 돌리면 안을 들여다 볼 만큼 나지막한 담장을 기어오르며 자라는 식물은 인동초이다. 향이 진하여 꽃이 피면 지나가는 행인이 낮은 담장 너머로 넘어다보게 만드는 일명 영업사원이란다.
잔디밭 가장자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쌈 채소를 심어서 직접 재배한 쌈 채소를 요리 수업에 이용한다.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정원을 더욱 풍성하고 보기 좋게 만들어주니 일석이조다.
마당 안쪽에 도로변으로 나가는 골목길에 조성된 텃밭은 마을 나눔 텃밭이다. 마을 분들이 주로 노인분들이 많이 사시는데 착안하여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 누구나 와서 채취해 갈 수 있도록 동네 골목길에 텃밭을 가꾸고 있다. 오이, 호박, 가지, 고추, 토마토, 상추, 등이 골고루 심어져 있다.
바로 이런 스토리때문에 ‘아름다운 정원’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삭막한 도시에서 서로 정을 나누고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한 사람의 소박하지만 진정 어린 마음이 담긴 이야기가 온 도시로 퍼져나가면 머지않아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정원이 되는 날이 올 것 같다.
상품으로 받은 정원용품 교환권으로 동네 어르신들께 어르신들 한 분 한 분 특징에 맞는 화분을 하나씩 선물로 드릴 예정이다. 낮은 담장과 대문이 없는 ‘국제요리학원‘은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혼자 누리면 행복하지 않고 작은 것도 함께 나누면 더욱 행복해진다는 소박한 진리를 깨닫게 해 준 진솔하고 가슴 따스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향기로운 정원이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