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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419 | 2020-12-15 10:38
‘반려’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해 준 가슴 따뜻한 이야기
코로나 19감염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영화관에 가 본지도 1년은 족히 지난듯 싶다. 요즘은 유투브 영화소개 채널에서 봐 두었던 평소에 보고 싶었던 영화를 올레tv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여 안방극장에서 보는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생겨났다. 거실 거튼을 내리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스낵류와 음료를 먹으며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분위기를 내며 보는데 나름 기분전환도 되고 무엇보다도 코로나 19로부터 안전한 프라이빗한 공간이니 극장의 대형 스크린을 포기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최근에 본 영화중 가장 감명 깊었던 작품은 2019년도에 개봉되어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던 ‘빗 속을 질주하는 법 The Art Of Raicing In The Rain’이다. 경주용 자동차 스피드 레이서인 데니는 어느 날 레이싱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차장 밖으로 스친 강아지농장 팻말을 보고 홀린 듯 차를 세우고 들어간다. 그 곳에는 생후 2개월 된 앙징맞은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며 아장아장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중 유독 한 녀석에게 마음이 쏠리고 데니는 그 자리에서 입양을 결정하고 집으로 데리고 온다.
데니는 강아지에게 ‘엔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연습장이든 경기장이든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엔조는 데니와 그 친구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행운의 강아지가 된다. 저녁에는 둘이서 함께 식사를 하고 TV로 레이싱 중계방송을 보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영화는 줄곧 인간의 영혼이 자신의 몸 안에 있다고 믿는 반려견 엔조(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목소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각가지 에피소드와 여러 인물들을 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강아지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일평생을 데니와 함께 살아가면서 마치 사람인양 소통하며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신뢰하며 지지해주는 진한 우정을 표현한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다.
강아지 엔조의 입양이 행운의 부적이라도 된 듯 데니는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카레이서로 승승장구한다. 몇 년 후엔 여자 친구도 생겨 결혼을 하게 되고 예쁜 딸도 낳아 행복한 하루하루를 지낸다. 그러나 완벽하게 행복한 인생은 현실에서는 물론 영화속에서도 허락되지 않는 법이다.
사랑하는 아내 이브(Amanda Syfreid)가 불치병으로 큰 수술을 받고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엔조는 이브가 투병하는 내내 일년 가까이 날마다 데니와 함께 밤을 꼬박 지새며 그녀의 곁을 지킨다. 영화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말은 아닌 것 같다.
엔조의 보호자 데니는 아내 이브가 떠난 후 절망감에 거의 폐인이 되어가다가 엔조의 도움으로 체력훈련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장인장모와의 양육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갈 위기의 시간들도 엔조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 사실은 엔조가 데니의 보호자 인 적도 많았던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동안 무심코 써온 ‘반려’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았고, 역시 ‘개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제목이 ‘빗 속을 질주하는 법 The Art Of Raicing In The Rain’인데 주인공 데니는 비가 내리는 날 코너를 돌 때 미끄러질 것을 예측하고 미리 스스로 인위적인 미끄러짐을 만들어 내어 누구보다도 빨리 달릴 수 있다. 모두가 비를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여긴 것과는 달리 데니는 자칫 실패할 수 도 있는 위험한 상황을 자신만의 패턴을 만들어 오히려 승리의 기회로 삼는 모습에서 영화의 주제가 엿보인다.
몇 년 후 반려견 엔조도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날 날이 다가왔다. 데니는 엔조에게 마지막 선물로 경주용 자동차에 태워 트랙을 신나게 달리는 이벤트를 해 준다. 10여년을 삶의 생사고락을 함께한 반려견에게 안전밸트를 매어주며 깊은 애정과 감사와 슬픔을 담고 엔조를 바라보는 데니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엔딩곡 CCR의 'Have You Ever Seen The Rain'의 멋진 선율과 함께 뭉클한 감동으로 긴 여운을 남겼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