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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267 | 2021-01-07 21:17
하나는 잃어도 둘까지 잃지는 말자
시인 박목월의 아들 박동규 교수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한국전쟁이 일어나 북한군이 밀고 내려오자 박동규 어머니는 재봉틀을 가지고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 재봉틀에 의지하여 가족들이 입에 풀칠을 할 수가 있었다. 피난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집으로 올 때 재봉틀을 팔아서 쌀을 한 말 샀다.
그 쌀을 박동규가 짊어지고 걸어갔다. 힘들게 지고 가는데 어떤 청년이 도와준다며 쌀을 어깨에 메더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거리가 멀어지자 쌀을 내려놓고 가라고 소리를 쳐도 들은 시늉도 하지 않고 계속 걸어가기만 했다.
뒤따라 걷다 보니 삼거리가 나왔다. 박동규는 잠시 멈추고 생각했다. 청년을 따라가면 어머니를 잃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칭찬을 했다.
“우리 아들이 똑똑해서 쌀은 잃었어도 엄마를 잃지는 않았네.”
자기가 한 일이 똑똑하다고 하는 어머니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하나는 잃어도 둘을 잃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를 똑똑하다고 했으니 정말로 똑똑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어떻게 하면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있느냐고 어른들께 물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그는 들은 대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하나는 잃어도 둘까지 잃지는 말아야 할 일은 우리 자녀들이나 부모들에게도 필요한 말이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잘못 하나에 그쳐야지 그 잘못을 감추기 위하여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화가 났을 때 화풀이하는 것은 하나를 잃고 둘까지 잃는 경우다. 자녀를 야단칠 때도 너무 심하게 하여 부모와 거리가 멀어진다거나 원망이 생기게 해서는 안 된다.
자칫 공부하라고 훈계할 때에 잘못하면 둘을 잃을 수도 있다.
내가 자녀들을 키워오면서 하나를 잃고 둘까지 잃은 일은 없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잃는 것은 하나에 그쳐야 하기 때문이다.
글 : 이 용 만(동화작가, 전북문협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