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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이용만의 교육이야기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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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907 | 2021-07-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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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순영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언젠가 그가 내 책상에 물을 한 컵 떠다 놓고 두 손을 모으고 싹싹 비비는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부처님이나 예수님께 빌면 소원이 이루어지는데 공부를 잘하게 하는 데는 선생님께 빌어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소원을 빌었으면 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내 책상을 싹싹 문질러 닦아주고 내 책상 밑의 마룻바닥까지 깨끗이 닦곤 했다.

 

 

 

 

어느 날, 직원조회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오니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선생님, 잠깐만요. 거기 서 계셔 보세요.”

너나없이 내 바짓가랑이를 올리고는 양말을 살피는 것이었다.

“아, 맞다. 정말 짝짝이다. 선생님이 양말을 짝짝으로 신고 오셨다.”

“순영이 말이 맞다.”

아이들은 신이 나 있었고 희희낙락 재미있어했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순영이가 아침에 내가 앉아 있는 책상 밑에서 걸레질을 하더니 내 양말을 본 모양이었다. 그때 문득 나의 머리를 스쳐 가는 게 있었다. 다음날 일부러 한쪽 양말을 뒤집어 신고 갔다. 순영이가 내 책상 밑을 걸레질하고 있을 때 혼자서 중얼거렸다.

“어? 내가 양말을 뒤집어 신고 왔네.”

그리고 교무실로 가버렸다. 한참 후에 교실로 갔더니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순영이 말이 맞다. 선생님 양말 뒤집어 신었다.”

 

그 후로 나는 일부러 실수를 하여 제일 먼저 등교하는 순영이가 볼 수 있도록 교실을 왔다 갔다 했고 순영이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는 다른 아이들이 오기 전에 교무실로 가 버렸다. 순영이는 신이 나 있었다. 아침에 등교하면 아이들이 우르르 순영이에게로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모여들면 순영이는 중대 발표를 했다.

“오늘은 선생님이 빨강 양말을 신고 오셨어.”

“얘들아, 선생님이 새 양말을 신고 오셨어.”

 

선생님의 실수를 살피는 것이 순영이의 일이요, 그 소식을 듣는 것이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에게서 생기가 솟아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던 그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공부하기 싫어하던 그가 숙제를 곧잘 했다. 그래야 선생님 곁에 서서 숙제 검사를 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란다.

 

우연히 생긴 나의 실수, 무심히 중얼거렸던 나의 말 한마디. 그것이 교육과 연결될 줄은 미처 몰랐다. 어쨌든 그는 달라져 가고 있었다. 무기력하다고 느껴지던 그의 생활이 바빠지고 있었고 칠판도 교사 책상도 깨끗해지고 있었다. 교사는 온몸으로 가르친다. 시장에 수없이 진열되어 있는 양말도 교사가 신고 있으면 그것이 곧 교육 자료가 된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던 시절이었다.

 

글 이 용 만(동화작가, 일일선청소년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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