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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066 | 2021-08-06 14:20
수택이의 책가방
수택이가 책가방을 잃어버렸단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느티나무 아래에다 벗어놓고 운동장에서 놀다 와보니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교정을 샅샅이 찾아보아도 책가방은 오리무중이다. 그냥 집에 갔다가 내일 다시 찾아보자고 했더니 그건 안 된단다. 책가방을 안 가지고 집에 가면 그의 아버지한테 혼이 난다는 것이다.
제 이름 석 자 외에는 글자 하나 제대로 쓸 줄도 모르는 그가 무슨 공부를 한다고 야단을 치는 것일까.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초점이 잡히지 않는 그의 눈동자. 페이지마다 제 이름 석 자만 무수히 쓰여 있던 그의 노트. 그런데도 학교에는 꼬박꼬박 잘 나온다.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어도 비를 맞으면서도 결석은 하지 않는 그다. 그의 아버지가 결석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단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멍청이가 된다고 절대로 결석은 하지 말라고 하더란다.
억지로 그를 달래어 집으로 보내 놓고 교실에 들어와 보니 아차! 책가방이 그의 책상 위에 얌전히 놓여 있는 게 아닌가. 교실에다 두고는 밖에서 그리 찾았던 것이다. 그의 책가방을 보니 불룩하다. 무엇이 그리도 가득 들어 있는지 열어 보니 교과서란 교과서는 다 들어 있다. 노트도 여러 권이요 연필도 여러 자루다. 답답하다. 부끄럽다. 자책감에 가슴이 뛴다.
그가 공부를 하겠다고 저 책들을 책가방에 가득 넣어 가지고 무겁게 짊어지고 다닐 때에 나는 그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는가. 그도 교육을 받을 권리는 수학경시대회에 출전할 우수아와 똑같았으련만 나는 그의 몫을 얼마나 챙겨주었는가. 그의 책가방 앞에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무거운 이 책가방을 메고 매일매일 학교를 오가는데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차라리 그의 책가방이 텅 비어 있었더라면 내 마음이 좀 가벼웠을 것인데….
그래도 담임선생님이라고 나를 보면 ‘선생님!’하고 큰소리로 부르며 달려오는데 별생각 없이 그를 맞이했던 내 마음이 심히 부끄럽다. 그의 책가방이 그에게 짐이 되었듯이 나에게도 육중한 무게로 아픔의 멍에가 되어 다가온다. 자책의 무게로 내 가슴에 달라붙는다. 그동안 그가 무겁게 메고 다녔던 책가방은 이제부터는 나에게 커다란 짐이 되리라. 그의 책가방의 무게를 내가 함께 나누면서 조금씩 짐을 덜어 내리라. 그의 책가방의 무게가 보람의 무게로 다가올 날을 기다리면서...
이 용 만(동화작가, 일일선청소년교육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