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취재>8월의 산행, 강천산 | 문화
관리자 | 조회 1126 | 2021-08-20 15:17
푸르른 숲과 시원한 수량이 풍부한 명품계곡이 일품인 순창 강천산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처럼 기승을 부리던 폭염이 서서히 잦아들고 이제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선선해 졌다. 그래도 아직 한 낮에는 늦더위가 여전하다. 전주 인근에는 8월의 늦더위를 식힐만한 여름 계곡물놀이 장소가 꽤 여러군데가 있다. 고산면대아리, 진안운인암반일암계곡, 남원 지리산 뱀사골 계곡, 순창 강천산 등 무더운 여름 한철 내내 주말마다 한 군 데씩 번갈아 가며 다닐 수 있으니 참 좋다.
8월 첫 주 주말에 찾아가 간 강천산에서 시원한 계곡 물소리 들으며 맨발의 트래킹도 하고 차가운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꽃구경도 하면서 제대로 힐링했다. 강천산은 해마다 여러 번 왔지만 올해만큼 수량이 풍부한 적은 없었던 적 같다. 세차게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에 머릿속과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씻겨지는 느낌이다. 숲 길따라 걸어 올라가는 내내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걷다보니 무더위가 싹 다 가신다
강천산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지만 계곡이 길고 좋아서 여름 물놀이 장소로도 전국 어느곳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고운 모래를 깔아 조성한 맨발산책로를 맨발로 걸어 올라가다가 강천사 담장아래 꽃무릇이 예쁘게 피어 있어서 발길을 멈추었다. 사실 꽃무릇인지 상사화인지 잘 모르겠다. 꽃무릇은 붉은 색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이 꽃은 상사화일까? 꽃이름이야 무엇인들 어떠하리 연보라빛으로 다소곳이 피어었는 꽃 자태가 어여뻐서 잠시
멈추어서 같이 간 지인들과 사진을 찍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강천산은 맨발걷기 구간이 있어서 올 때마다 이 길은 항상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맨발로 걷는데 발바닥이 적당히 지압이 되어서 건강해지는 느낌이 좋다. 구장군 폭포까지 이어지는 계곡길따라 시원스레 쏟아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한 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는 내내 오감의 힐링이 계속 된다.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서너 계단 올라서면 구장군 폭포가 짠하고 마법처럼 나타나 탄성을 지르게 된다.
절벽 꼭대기에서 부터 폭포의 물줄기가 시원스레 쏟아지고 있고, 절벽틈에서 자라난 나무가 군데군데 절벽을 뒤덮고 있는 경치가 그대로 한 폭의 훌륭한 산수화가 따로 없다.
큰 나무아래 음지에는 보라빛 맥문동도 소담스레 피어서 팔월의 색을 더해주고 있다. 한 여름 꽃 중에 맥문동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보랏빛이 선연한데 카메라에 담으니 색감이 좀 떨어져서 아쉽다. 대표적인 여름꽂인 백일홍도 진분홍의 화사한 꽃을 피운채 기품있게 가지를 뻗어 아치를 만들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냇물 건너편 숲 그늘에 또 백일홍이 초록빛 단풍나무 사이로 살며시 얼굴을 내밀고 있는 풍경이 그림같다. 나무껍질과 똑같은 색깔과 무늬로 숲속에서는 완벽하게 몸을 숨길 수 있을텐데 어쩌다 길가에 올라온 두꺼비가 놀라서 두리번거리며 팔짝거리는 모양새가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강천산은 계절따라 옷을 갈아입듯 늘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일상에 지친 심신을 말없이 가만히 안아주는 다정한 친구같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