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라이프’지에서 16년 동안 포토 에디터로 일한다. 쳇바퀴 같은 삶에 유일한 낙은 ‘상상’하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 그는 탐험가요, 영웅이요, 로맨티스트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업무분야에서만 전문가일 뿐 인간관계로는 영 숙맥에 별다른 경험이 없다.

그러다 일변의 사건이 그를 맞이한다. 라이프지의 폐간호 표지에 쓰일 필름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 필름을 찾기 위해 전설적인 사진작가 션 오코넬을 찾아 나선다. 그동안 ‘한 것’보다 ‘안한 것’이 더 많은 채로 살아왔던 그. 하지만 필름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마침내 그를 움직였다.

상상 속에만 펼쳐졌던 그 세상으로 말이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이야기다. 고리타분하고 흥미 없는 일상으로부터 그동안은 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된 월터. 처음에는 줄어들기만 하는 통장 잔금에 한숨을 내쉬지만 가면 갈수록, 무채색의 그는 이내 새로운 세상으로 마음을 활짝 연다.

첫 사랑 같은 두근거림, 도전과 여행, 그 즐거움을 깨닫는 월터의 표정은 그랬다. 그래서 영화의 교훈은 일목요연하다. “떠나라, 지금 당장” 상상 속에서만 놀았던 그 일들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도 않고 별로 어렵지도 않다는 것을. 여행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그러나 이 같은 교훈은 안타깝게도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진부한 한마디에 지나지 않는다. 일부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차갑게 응수한다. 하지만 진정 이것이 비현실적이란 말이던가. 단적으로 ‘지금 당장’해서 이루어질 것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비일비재한가.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이를테면 유럽 여행을 가고자 한다면 매일 낭비하는 커피 한잔 값 정도는 아끼는 것으로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이마저도 막연하기 때문에 손 사레를 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것조차 안하고 그저 ‘중요한 것’만 바라본다면 매일 상상의 나래만 펼치는 월터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떠나자, 지금 당장”

중요한 것부터 할 수 없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부터 해나가자. 그렇다면 우리의 상상이 언젠가는 현실이 되어있으리라 믿는다. 여러분 모두가 가슴 설레는 여행자가 되기를 바라며.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 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 들고

             너도 물 들면

             결국 온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박배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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