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법 칼럼 : 삶을 지탱하는 힘! 어머니 사랑 | 교육
관리자 | 조회 2766 | 2015-08-27 14:51
찬바람이 분다. 더위도 한풀 꺾기고 자연은 이렇게 흘러간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면 넉넉한 엄마의 품이 그리워진다. 엄마의 사랑을 느끼고자 『엄마 까투리』(권정생 글, 김세현 그림, 낮은산) 책을 펼쳐본다.
권정생 작가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마지막 작품이다. 권 작가는 평생을 소외되고 힘없는 어린이를 위해 글을 쓴 작가이다. 허름한 ‘흙집’을 남겨두고 생을 마감한 분으로, “나에게 남은 인세는 어린이를 위해 쓰기 바란다.”며 마지막 유언을 했다. 마지막 작품에서 작가는 어머니의 사랑을 소박하고 담백하게 그리워하며 나타낸다.
산불이 크게 났다. 온산의 불길이 퍼져나가는 긴박한 상황에 엄마 까투리 뒤를 갓 태어난 꿩 병아리 아홉 마리가 종종종 따라다닌다. 엄마 까투리가 도망갈 길이 없어 날아가다가 아이들에게 돌아온다. 엄마 까투리는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오고’를 반복하다 날개 밑으로 아이들을 보듬고 꼼짝 안하고 정신을 잃었다. 까맣게 탄 산에서 나무꾼 박서방 아저씨가 새까맣게 탄 엄마 까투리를 발견한다. 타죽은 엄마 품속에서 꿩 병아리들이 한꺼번에 뛰어나온다. 꿩 병아리들은 무언가 쪼아먹더니 죽은 엄마 날개 밑으로 들어간다. 엄마 까투리는 온몸이 바스라져 주저앉을 때까지 꿩 병아리들을 지켜준다.
읽는 내내 엄마한테 잘못한 생각만 났다. 자꾸 딸들에게 반찬해서 주며 힘들어하는 모습에 짜증낸 일, 꼬치꼬치 캐물으면 신경질 낸 일들이 두루 떠올랐다. 곱게 이야기 못하고 아이에게 야단하듯 했다. 엄마의 생활방식을 바꿀 수 없는데도 잔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힘든 순간들은 늘 엄마가 곁에 있었고 나를 위해 기도를 해주셨다. 엄마가 늙었다고 함부로 대하는 게 얼마나 고약한 일인지 그림책을 보면서 깊이 깨달았다.
그림책에서 어미를 죽음으로 마무리한 것에 대해 권선생의 마음을 생각했다. 그림책을 통해 전하고자 한 마음 ‘세상을 지탱하는 힘! 모성’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까! 엄마까투리는 어미의 죽음으로 자식들을 살려낸다. 그 죽음은 삶과 경계를 짓는 죽음이 아니다. 어미의 몸은 바스러졌지만 자식들은 그 곁을 떠나지 않는다. 어미의 넉넉한 품을 기억하고 배운다는 것이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를 살리는 길,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길도 넉넉히 아우르는 모성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같은 주제로 읽어주기 좋은 책으로 『나비를 잡는 아버지』, 『모두다사랑해 』, 『여우의 전화박스』를 권한다.
- 어린이전문사서 김수현 <전주시립건지도서관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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