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 삼지내 마을 | 문화
관리자 | 조회 3295 | 2016-01-22 10:23
눈 내리는 겨울 방학을 맞아 의미 있는 여행을 해보고 싶으신 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으신 분, 혼자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신 분, 나를 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담양 창평 슬로시티 삼지내 마을을 추천한다.
슬로시티(Slow City)
바쁜 현대인들에게 느린 삶, 느리게 살기가 이슈가 되면서 슬로푸드, 슬로시티는 한번 쯤 들어 봤을 것이다. 슬로시티의 공식 명칭은 치타슬로(Cittaslow)이며,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어다. 1986년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을 삶으로 확대한 개념으로 1999년 10월 4개의 이탈리아 소도시 시장들이 모여 슬로시티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도 11개의 슬로시티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청산도와 증도, 장흥과 함께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지정된 전남 담양 창평에 있는 삼지내 마을을 찾았다.
‘맛’ 있는 여행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겨울, 삼지내 마을에 들어가기 전 창평 시장에 들리면 유명한 창평 국밥을 맛볼 수 있다. 시장에서 파는 창평 국밥은 일제시대 고리대금으로 조선 상인들에게 이자를 뜯어내며 일본인들이 설치고 다녔을 때, 끼니조차 때우기 힘든 상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양도 많고, 다양한 재료들이 담겨있다.
푸짐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삼지내 마을로 가면 달콤한 후식이 기다리고 있다. 창평에 국밥과 함께 쌀엿 또한 유명하다. 태종의 장자 양녕대군이 창평에 도착하여 창평 쌀엿을 맛보고 매우 감탄하였다고 한다. 창평 쌀엿은 늘어지지도 않고, 탁 끊기며 담백하다. 삼지내 마을에는 창평 쌀엿 만들기 체험이 있는데, 이 체험은 사전에 예약하면 직접 만들어보고 맛볼 수 도 있다. 쌀엿은 슬로푸드의 대표라고도 할 수 있다. 엿을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인내하여 만들어진 쌀엿과 한과, 야생화효소, 수제막걸리 등 다양한 슬로푸드는 마을 내 ‘달팽이 학당’에서 체험 및 구매도 가능하다.
삼지내 마을
세 개의 물줄기가 모여 ‘삼지내(천)’라 불리는 삼지내 마을은 2006년 국가가 돌담길을 포함한 마을 전체를 문화재로 지정하였다. 마을 주민들은 삼지내 마을을 가꾸고 사랑하며 그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기 위해 애썼다. 그래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를 지금까지 볼 수 있다.
삼지내 마을에는 마을 주민 가운데 해설사 교육을 통해 마을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 삼지내 마을에서 20년을 지내온 마을 해설사 김공심씨는 “다양한 사람들이 삼지내 마을을 방문하지만, 각자 다른 느낌을 받고 간다”고 말했다. 삼지내마을은 누군가에게는 그냥 시골 마을에 불과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경험이 되고, 교육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주민들이 열심히 지켜내고 있던 삼지내 마을도 몇몇 관광객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삼지내 마을에는 4개의 고택들이 있다. 민속자료로서 가치가 있다하여 모두 개방했지만 몇몇 방문객들이 고택 안에 쓰레기를 버리고, 훼손시키면서 결국 현재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이다.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주고,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다면, 적어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을을 방문하면 어떨까?
‘마디’를 만드는 여행
대나무가 아무리 자라도 쓰러지지 않는 이유는 ‘마디’ 때문이다. 마디는 다음을 위해 준비하고 성장하기 위해 고통을 인내하며, 하늘만 바라보고 올라가지 않고 잠시 멈추어 쉴 때 생긴다. 우리의 삶에도 이러한 마디가 필요하다.
먼저 빠른 걸음이 아닌 느린 걸음으로 걸어보자. 뻥 뚫린 길을 보고 마음이 편안하기도 하지만, 앞이 막히고 구불구불한 돌담길을 따라 돌아돌아 걷는 것도 매력있다. 그리고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 진다. 조금을 돌아가고, 잠시 멈춰서며 우리 삶에서 인생의 마디를 만든다면 더욱 더 성장하고 곧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틈’을 만나는 여행
추운 날씨에 막상 떠나려면 날씨는 좋은지, 차편은 어떻게 할 지, 경비는 얼마나 들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등 걱정부터 앞선다. 국내 카피라이터 정철은 「내 머리 사용법」에서 ‘빈틈없는 계획이 섰니? 그럼 가지마, 여행은 틈을 만나러 가는 거야’ 라고 말했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부풀고 행복해지는, 일정이 틀어져도 가슴에 남을 것이다. 여행은 틈을 만나러가는 것이다. 한 없이 바쁜 일정 속에 작은 틈 하나를 발견하고, 그 틈으로 인해 다른 것이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여유가 생기는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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