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편백나무 숲에서 길~게 흥(興)하라! | 문화
관리자 | 조회 3216 | 2016-06-01 15:29
휠체어 타고, 유모차 타고 가는 편백 숲 ‘말레길’
세상 모든 나무에게 ‘소원을 말해봐’
사진 출처 : 장흥군청 홈페이지
장흥이라는 지명은 고려시대 인종이 그의 부인 공예왕후의 출신지인 이곳이 '오래도록 흥하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장흥(長興)이라는 지명을 하사했다 전한다. ‘길게 흥한다’는 이름 때문일까? 요즘 전라남도 장흥이 뜨겁다.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과 ‘한우삼합’ 그리고 ‘우드랜드’와 ‘말레길’까지. 장흥의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장흥에 가면 눈에 자주 띄는 단어가 ‘정남진’이다. 이 말은 서울에서 정남쪽에 위치한 곳이란 듯이다. 그래서 장흥에서 열리는 행사나 명소 앞에 정남진이 붙는다. 가장 대표격이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이다. 우드랜드는 지난 2011년 국내 최초로 억불산 정상까지 계단 없이 등반할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을 만들어 주목 받았다. 억불산 518m 정상까지 무장애로 나있는 3.8km의 말레길은 <휠체어타고 가는 길>, <유모차도 갈 수 있는 길>로 알려져 있다. 말레길이라는 표지판을 처음 본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말레가 뭐지? 영어로 쓰여 있네? 외국어인가? 하지만 이내 친절한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말레’는 전남 장흥지역의 옛말 ‘대청’(大廳)이다. 한옥에서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가 대청인데, 요즘 주택구조로 말하자면 거실인 셈이다. 말레에는 가족의 소통을 책임지며 이해와 애정을 나누는 소박한 자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내부 공간의 명칭인 ‘말레’를 외부 공간인 길에 이름으로 붙인 뜻을 알고 싶다면, 말레길을 걸으면 된다. 왕복 3시간이면 거뜬하다.
여타의 길과 말레길이 차별되는 가장 큰 이유는 숲이다. 장흥 편백나무 숲은 1958년 고(故) 손석연님에 의해 조성되기 시작했으니, 40년 이상 된 편백나무가 100ha 면적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일본이 원산지인 편백나무는 1904년 제주도에 처음 식재됐다. 편백나무는 히노키 사이피러스(hinoki cypress)라 부르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히노키탕을 편백나무로 만든다. 수목 가운데 피톤치드 발산량이 가장 많고, 아토피 치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편백나무로 조성된 우드랜드에는 숲을 체험하는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다.
숲 곳곳에 유럽 동화에 나옴직한 통나무집들이 여러 채 있다. 그 가운데 목재문화체험관은 나무 관련해 웬만한 것은 체험 가능한 곳이다. 심지어 엘리베이터가 나무로 돼 있다. 그리고 손바닥만 한 나무에 줄줄이 적어 내려간 소원목(木)은 그 어떤 타임캡슐보다 향기롭다.
하나 더, 재밌는 사실이 있으니...한 여름이면 이곳 숲에서 물 축제를 한다. 바다의 계절 여름에 숲 속에서 물로 축제를 한다라는 다소 엉뚱 발랄한 아이디어에 호기심이 난다. 매년 8월 초면 ‘정남진장흥물축제’라는 제목으로 지상최대 물싸움, 천연약초 힐링 풀, 맨손으로 물고기잡기 등이 펼쳐진다고 한다. 한번 가봄직하다.
오숙영(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