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美] 대한민국 1호 테디베어 도슨트, 허예슬씨 | 문화
관리자 | 조회 4232 | 2016-06-10 09:33
좋은 도슨트는 말을 잘하기 이전에 잘 들어야!
누구나 아는 이야기도 도슨트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로!
‘최초 또는 1호’라는 말은 단 하나에만 존재하는 영광이다. 그 영광이 자부심이지만 때로는 부담이기도 하다.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무엇이든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도슨트는 박물관·미술관·전시관 등에서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 및 작가 등을 설명하는 전문 안내자를 말한다. 현재 관람 및 체험 분야에서 도슨트는 필수 조건이 되는 분위기이다. 최근에는 ‘여기에도 도슨트가 있어요?’란 궁금증을 가질 만한 곳에서도 도슨트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 곳 중 하나가 <군산 테디베어박물관>이다. 전국 6개 테디베어박물관 가운데 유일하다. 이름하여 <테디베어 도슨트>가 탄생한 셈이다. 지난 5월부터 군산 테디베어박물관에서 도슨트로 일하는 허예슬씨를 만났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테디베어 도슨트 1호인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
현재 하고 있는 <테디베어 도슨트>에 대해 소개를 해주시죠?
도슨트는 1845년 영국에서 처음 생겼고, 우리나라는 최근 많이 확산되는 분위기에요. 일반적으로 관람객을 안내하면서 전시물이나 작품, 작가 등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인데요. 저는 이곳 군산테디베어박물관에서 테디와 테순이의 세계 사랑여행이라는 컨셉으로 방문객들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럼 테디베어 인형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건가요?
물론 테디베어 인형 지체에 대한 정보도 있지만 미국, 프랑스, 그리스 등등 세계 각국의 역사와 지리, 민속, 이야기 등을 스토리텔링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테디베어 도슨트가 최초라구요?
맞습니다. 하지만 외국 테디베어뮤지엄에는 일찍부터 도슨트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테디베어 도슨트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는데 과 특성상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리고 제가 작품을 설명함으로서 사람들이 더 재밌게 감상을 하는 것을 보면서 큐레이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졸업할 즈음 “어떤 일이든 상관없으니 예술 분야를 떠나지 말자”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예술분야를 떠나지 않으면서 말을 잘하는 것이 도움 되는 일이 무엇일까? 그리고 이건 좀 웃긴데요.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뭘까? 마인드맵을 해보니 <큐레이터, 도슨트>란 생각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우연한 기회에 이곳 군산테디베어박물관에 응시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큐레이터와 도슨트는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큐레이터가 작품 설명도 하기 때문에 도슨트가 큐레이터의 영역이다고 이해하는 분들도 계신데,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과 작가 초청 그리고 박물관 전체 관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도슨트는 작가가 돼서 작품을 설명해주는 또는 그림의 내용을 설명하는 사람인데요. 예를 들면 어떤 그림을 보고 “이 그림을 그리는 날은 작가가 우울했나 봐요. 채도가 낮죠” 이런 식으로 작가가 돼서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 도슨트입니다. 현재 저는 도슨트로 입사했는데, 큐레이터 역할을 하기도 하고 앞으로는 큐레이터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테디베어 도슨트를 할 때, 유념에 두는 것이 있다면?
제가 도슨트를 하기 전에 미술지도 교사를 했어요. 그래서 시각 매체를 볼 때 청각을 통한 정보 전달의 비율과 적절성 등을 알고 있거든요. 아이들에게 설명할 때는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을 중심으로, 성인에게는 정보와 지식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 경험을 언급하면서 도슨트를 할 때 관람객 반응이 좋더라구요. 예를 들면, 저희 박물관 미국관에 타이타닉이 있는데, 제가 6살 때 <영화 타이타닉>이 개봉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제게 더 관심을 갖고 제가 하는 이야기에 더 몰입을 하더라구요.
테디베어 도슨트로서 지금까지 받은 피드백을 밝혀 주시다면?
하하...제 자랑같은데요. 박물관에 오신 관람객께서 도슨트가 뭔지 몰랐다가 권유에 의해 안내를 받고 나서 “예슬씨 덕분에 재미있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이 많구요. 유치원 단체 관람을 오신 선생님들께서 “유아교육을 전공했느냐?”라고 물으면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테디베어 도슨트로서 보람도 있지만 아쉬움도 있겠지요?
물론이죠. 아직은 관람객들이 도슨트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간혹 귀찮아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럴 때면 아쉽구요. 또 하나는 군산테디베어박물관은 가장 최근에 오픈을 했기 때문에 그 어떤 테디베어박물관과는 모든 것이 차별화돼 있거든요. 그런데 테디베어가 거기서 거기지!하면서 왔다가 그냥 가시는 분들을 보면 좀 안타깝죠.
군산테디베어박물관에서 도슨트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기 도슨트와 예약 도슨트 두가지 모두 가능하구요.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와 4시에 정기 도슨트를 예약 도슨트는 사전 예약을 하시면 언제든 해드리고 있습니다.
테디베어 도슨트를 할 때, 가장 자신 있는 섹션이 어디인가요?
프로인데 모두 다 자신 있죠. 하하...아무래도 제가 미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저희 박물관 섹션 중에 세계의 명화와 테디베어를 접목한 것이 있는데요. 그 섹션을 설명할 때, 원작자인 샤갈에 대한 설명과 이렇게 조합된 요소에 대한 것, 원작과 꼭 비교해 보라고 도슨트로서 권유를 하거든요. 그러면 관람객께서 “그냥 테디베어박물관 왔는데, 도슨트 때문에 특별해 졌다”고 하시더라구요. 또 제 자랑이 됐네요. 하하~
허예슬씨가 생각하는 ‘좋은 도슨트’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토끼 같은 도슨트요. 토끼는 눈치가 빠르고 귀가 열렸잖아요. 몇 백미터 떨어진 곳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해요. 저는 좋은 도슨트란 귀가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도슨트를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듣는 관람객이 재미가 없다라고 피드백을 주면 “왜 재미없다고 하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바로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고칠까”라고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열려있는 사람이 되야 겠죠. 아무리 내가 준비를 많이 했어도 고집 부리지 않고 어떤 그릇에 담아도 모양이 변하는 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도슨트는 고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제가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도슨트 횟수가 많아 졌으면 해요. 그러면 저도 늘 새로운 도슨트를 하기 위해 공부할 수 밖에 없고, 도슨트 중간 중간에 퀴즈 같은 이벤트도 하고...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거든요. 이 아이디어를 도슨트를 하면서 다 할 수 있었으면 하죠. 제가 입사 면접을 볼 때, 포부가 무엇이냐 질문하길래 “이곳을 유쾌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그렇게 되도록 일하고 있습니다.
※ 도슨트(docent)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안내인을 말한다.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1845년에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부터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에서 도슨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도슨트는 대부분 자원봉사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미술 또는 역사 관련 학과 학생들이 경력을 쌓기 위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미술관 등에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이 있다. |
오숙영(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