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0번의 이별, 오늘의 삶 | 의학
관리자 | 조회 2503 | 2016-06-24 15:22
어원은 호스피탈리스(hospitalis)와 호스피티움(hospitium)
처음도 마지막도 모두 내 인생입니다
2018년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 일명 ‘웰다잉법’으로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일 전국 17곳 의료 기관을 선정한 데 이어 4곳을 추가 선정해 총 21곳 기관에서 [가정형 호스피스 건강보험수가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기 이전인 2008년부터 효사랑&가족사랑요양병원에서는 호스피스 전문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호스피스란 말기 환자들이 자신의 품위와 인격을 가지고 고통 없이 남은 삶을 보내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호스피스(hospice)의 어원은 라틴어인 호스피탈리스(hospitalis)와 호스피티움(hospitium)이다. 호스피탈리스는 ‘주인’을 뜻하는 호스페스(hospes)와 ‘치료하는 병원’을 의미하는 호스피탈(hospital)의 복합어이다. 호스피티움은 주인과 손님 사이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이 마음을 표현하는 장소를 뜻한다. ‘호텔’이라는 단어도 여기에서 파생했다.
호스피스 제도는 중세기에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는 성지 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라는 의미에서 유래돼, 아픈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을 위한 숙박소를 제공해 주고 필요한 간호를 베풀어 주면서 시작됐다고 전한다.
올해 7번째를 맞은 효사랑&가족사랑요양병원의 호스피스 전문교육은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의 저자이자 호스피스 의사로 활동한 김여환씨의 강연을 진행했다.
김여환 의사는 <죽음-죽어감-삶>이라는 도표를 통해 죽어감을 죽음이 아닌 삶의 영역에 넣으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좋은 죽음 또한 좋은 삶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죽어갈까?’가 아닌 ‘마지막을 어떻게 살아갈까?’로 생각 바꾸기를 권한다.
최근 호스피스 봉사, 웰다잉, 죽음 체험, 유언장 쓰기 등 죽음 관련한 학습 또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데, “나는 왜 죽음을 배우고 이해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본인의 답을 전했다. “죽음을 배우는 건 지금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이다. 삶을 열정적으로 산 이들이 죽음도 잘 받아 들인다” 960번의 죽음을 지켜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
말기암 환자를 지켜보고 임종을 선언한 그녀는 통증에 대해 강조한다. 통증이란 조직 손상에 연관된 불쾌한 감각과 감정적인 경험으로서 주관적이고 환자가 상처라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말기 암 환자에게 통증은 단순히 육체적 통증 이외에 정신적, 사회적, 영적, 문화적 요인들이 환자의 통증에 관여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현대 의학으로서 육체적 통증은 해결 가능하지만 정신적, 영적, 문화적 통증은 본인이 조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8년간의 호스피스 의사 생활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오늘의 삶을 열심히, 재미있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의 두 번 째 책 「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 의 부제가 ‘960번의 이별, 마지막 순간을 통해 깨갈은 오늘의 삶’이라는 부제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호스피스 의사를 그만두고 현재는 헬스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전한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양보하지 마세요”
오숙영(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