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按酒)기행 1. - 효자동 까투리의 “찢어 통북어” | 문화
관리자 | 조회 3316 | 2016-07-15 10:08
안주(按酒)란 “술을 마실때 곁들여 먹는 음식”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고, 또한 굳이 국어사전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그 말의 뜻을 다 어림짐작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주라는 말이 누를안 按에 술주酒를 쓴다는 것은 글의 어원을 찾아보던 기자에게 그것 참 적절하다는 조상들의 기지에 대한 찬사라는 술 맛을 더해주었다.
취함을 경계하는 음식이자, 술의 맛을 돋구어 주는 다양한 안주의 세계를 탐험하고 소개하는 “안주기행”이라는 코너를 써보고자 한다. 다만, 다양하고 특이한 안주의 세계를 체험함에 있어 기자의 건강이 길을 막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떤 안주부터 소개를 해볼까 고민하다. 가장 가까이 자주 찾는 단골 가계의 “통북어”부터 소개한다.
전주시 효자동 풍남중학교 맞은편 막걸리 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까뚜리’ 의 대표안주인 통북어로 기자도 좋아하지만 기자의 아내와 애완견인 쵸코도 좋아하는 안주이다.
통북어는 전주 가맥(가계맥주) 업계의 대표 메뉴로 여러 가지의 이름 (북어 ,통북어, 먹태 ,황태 등) 및 다양한 조리법( 바싹 굽기, 물 발라 굽기, 껍질튀기기, 굽지 않고 부드럽게 하기 등 )으로 애주가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약간은 고전적인 안주이다.
가격이 비싸지 않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명태로 만든 안주이다 보니 모든 가계에서 이것을 취급하지만, 싸고 흔하다 하여 가벼이 취급하면 큰 코 다친다.
전주의 유명한 가맥집의 경우 명태 안주를 대표 안주로 대접하며, 위에서 소개한 다양한 조리법과 그에 따른 안주명에 따라 매출 및 가계의 유명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가 오는 저녁. 안주를 소개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지인을 불러 까투리를 방문하니 사장님 께서 오늘도 역시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여 주신다. 기자가 방문한 날이 월요일 7시경으로 손님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비오는 날 술 한잔이란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선객들이 일찍부터 떠들석 하다.
오늘의 주 목표인 통북어를 주문하고 시원하다 못해 아려오는 맥주를 한잔 들이키니 세상에 모든 걱정이 다 맥주거품처럼 사라지는 쾌감이 느껴진다.
오늘도 역시 주문을 하고 기본안주에 맥주를 두어병 하고, “사장님 명태 잡으러 동해안 가셨나요?” 하는 푸념을 늘어놓고 나서야 통북어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잘게 찢어서 굽은 부분과 껍질 , 굽지 않고 부드러운 부분 그리고 소스가 나왔다. 사장님의 말씀이 일일이 손으로 찢어 다듬어서 만들다 보니 오래 걸리지만 먹기에는 좋을 것이라 하시는데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이 간다.(안주의 이름을 “통북어” 보다는 “찢어 통북어”로 바꾸시라 사장님께 설득을 한다.)
소스를 먹어보니 달짝지근 하면서 매콤한게 통북어 살과 정말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간장과 청양고추 만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어떻게 두가지 만으로 이런 맛을 낼 수 있을까 호기심이 동하여 , 바쁘신 사장님을 다시 귀찮게 하였다.
소스는 다린 간장을 사용하셔서 단맛을 내시며, 마요네즈는 건강에 좋지 않아 찾으시는 분만 드린다고 하니 사장님의 따뜻한 정성이 느껴진다. 이왕 귀찮게 하는 것 통북어 자랑 좀 해달라고 하니 생각지도 못한 여러가지의 장점을 이야기 해주신다.
먼저, 손으로 일일이 찢어 손이 많이 가지만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두번째, 센불로 굽지 않고 약한 불로 살살 돌려 가면서 구어, 오랜 동안 두어도 바싹함이 유지 된다고 하신다. 이 부분은 늦게 까지 술을 먹을 동안 계속해서 바삭함을 유지 하는 통북어를 체험해보니 고개가 끄떡여 진다.
마지막으로 혹시 소주를 드시는 분들을 위해 통북어의 껍질로 육수를 내고, 굽지 않은 부분을 넣어 시원하게 탕을 제공하신다고 한다.
오늘은 맥주만 마셔 체험을 해보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꼭 이 시원한 탕을 체험해 보고자 한다.
창 밖의 빗소리, 반가운 지인의 조금은 커진 목소리, 옆자리의 두런두런 즐거운 소음소리와 함께 한 병, 두 병 병이 쌓여간다.
명태가 숙취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 굳이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 성분이 풍부하여 간을 보호하는 성분이 뛰어난 명태가 최고의 안주 중 하나일 것 이라는 점은 애주가로서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술과 안주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한다.
김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