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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名醫)를 만나다] 효사랑전주요양병원 한방 지 은 원장 | 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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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3161 | 2016-07-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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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막 초복이 지난 뜨거운 어느 날, 효사랑전주요양병원 한의사 지 은 원장을 만났다. 커다란 눈망울에 웃음 가득한 첫 인상과 함께 책상에 놓인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속 가족은 모두 악기를 들고 있다. 첼로, 바이올린, 플롯까지...음악 가족의 아름다운 선율이 느껴진다. [명의를 만나다] 두 번째 주인공, 한의사 지 은 원장은 모든 치료의 시작은 신뢰관계라고 말한다. 지 은 원장의 관계 만들기 첫걸음은 ‘듣기’이다. 말을 잘하는 것 보다 잘 듣는 것이 열배는 더 중요하다는 지 은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족 모두 악기를 연주하는군요. 누군가 전공하는 사람이 있나요?

 

모두 취미로 악기를 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가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긴 하지만 전공까지는 아니구요. 이 사진은 몇 년 전에 가족음악회를 했는데, 그때 사진입니다. 처음 배울 때는 몰랐는데, 악기가 가족 간 소통의 매개체가 됐습니다.

 

지 은 원장의 선한 인상과 밝은 웃음의 원동력이 음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상상한다.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글쎄요. 개인병원을 운영할 때도 그렇고 지금 요양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환자를 만나는 일이 저는 대단히 즐거워요. 그래서 자꾸 웃게 되는 것 같아요. 하루 24시간 중에 제가 가장 활동적이고 힘이 불끈 솟는 시간이 회진할 때입니다. 물론 회진 끝나면 체력 소모가 커서 피곤하지만 다음날 회진 시간만 되면 에너제틱해집니다.

 

환자들이 지 은 원장님을 만나면, 밝은 에너지가 전달돼서 좋아하시겠어요?

 

그랬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인데, 환자들께서 제게 ‘저렇게 잘 웃는 원장님과 사는 신랑은 얼마나 행복할까요’라고 말씀하세요.

 

지 은 원장님의 가족 모두가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요양병원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효사랑전주요양병원은 양·한방 협진 병원입니다. 협진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양방의가 주치의이구요. 한의사는 주치의에게 컨설트를 받아서 치료를 합니다. 매일 한번 회진을 하고, 환자들이 진료 요청하면 그에 응대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차분한 인상에 말이 많은 것 같지 않은 성격의 지 은 원장이 환자와 어떤 대화를 나눌까 궁금해진다. 치료를 위한 대화 외에 어떤 대화를 주로 하시나요?

 

환자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저는 듣는 것을 주로 합니다. 저는 말을 하도록 포문을 열어줄 뿐이죠. 예를 들면, 회진을 할 때에 ‘어머님, 오늘은 배가 쏙 들어갔네요. 오늘 유난히 예쁘시네요. 오늘은 인상이 좋질 않은데 무슨 일 있으세요?’ 등등 말을 걸면 그 다음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세요. 하하하

 

‘말하기’보다 더 어렵고 힘든 것이 ‘듣기’인데, 힘들진 않으세요?

 

다행히 제가 그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제게 와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달란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때로는 스트레스도 받고 피로감의 원인이 되지만 기본적으로 듣기 재능이 뛰어난 듯 합니다.

 

경청이 치료에 긍정적 효과를 주기 때문에, 환자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건가요?


제 생각에 노화에 따른 질병과 죽음에서 100% 치료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노화와 죽음을 맞이하게 돼 있습니다. 이것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냐가 관건인데요.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면 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준다는 것인가요? 

 

요양병원에 온 환자 대부분은 삶의 히스토리를 갖고 있어요. 지금은 달라졌지만 과거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자식으로부터 분리됐다, 버림받았다’는 절망감이나 배신감이 아주 강했어요. 이런 환자를 어떻게 진료해야할까? 의사로서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요양병원이 자식보다 더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편이 돼주는 곳이다, 의지할 수 있는 곳이구나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시작이 경청이었던 것 같습니다.

 

 


명의를 만나다의 공식 질문인데요.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라고 생각하십니까?

 

음...어려운 질문인데요. 제가 한의사로 15년간 진료를 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바람은 환자들이 저게 와서 뭔가를 풀어내고 갈 수 있었음 좋겠다. 인간의 노화나 질병, 죽음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잖아요. 의학적 지식으로 100%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가족, 친구, 부모님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것을 제게 쏟아내고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를 만나고 대화를 나눈 환자들이 ‘꽤 좋은 사람 만났어’라는 생각하길 원합니다. 저를 떠올리며 ‘내가 아는 한의사가 있어’가 아니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라고 말이죠. 

 

실제 환자들이 지 은 원장님께 많이 쏟아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다만 제가 환자들께 여쭙니다. 제가 한 말씀을 주치의 선생님께 하셨냐고 물으면 ‘뭔 이런 이야기까지 주치의 선생님께 혀. 그런 것까지는 안혀’라고 하세요. 이런 반응을 보면, 저를 조금 더 말하기 편한 의사로 보고 있구나 생각합니다.

 

지 은 원장의 진료 방식을 ‘경청 진료’라고 명명하고 싶다. 비록 의학 전문 용어는 아니지만 지 은 원장만의 진료법으로 소개해도 될 만큼 열정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요양병원에서 진료를 한다는 것은 지 은 원장께 어떤 의미일까요?

 

진료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닥칠 수 있는 노화와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부모는 내가 어릴 때 모습이고, 지금은 나이든 부모님이거든요. 이것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즐겁게 효율적으로 가치 있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게 행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사실 요양병원의 치료는 노화의 과정에서 치료이거든요. 이것을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서운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 과정에 있으니까요.

 

노화와 이에 따른 질병 그리고 죽음까지...‘그럴 수 있다’와 ‘왜 그럴까’는 남은 삶의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바로미터라고 한다.

 

요양병원 근무를 하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이전에 개인 병원을 운영할 때, 저는 어떻게 하면 치료를 잘 할까를 먼저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더 많이 고민합니다. 물론 환자를 대할 때도 의학적 소견을 말하기보다 그 분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놓여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가녀린 인상, 지 은 원장의 첫인상이다. 1시간 가량 인터뷰를 마치고 그녀에 대한 인상이 180도 바뀌었다. 큰 바위 같은 마음에 강철 같은 내공! ‘작은 거인’이란 수식어에 딱 맞는 사람이다.

 

 

오숙영(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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