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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만나다> 『긴 병에도 효자 있다』 박진상병원장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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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3101 | 2016-08-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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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요양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썼죠”


 박진상, 김정연병원장이 쓴 책 <긴 병에도 효자 있다>(도서출판 더클)는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인이 갖춰야할 자세에 대한 안내서다. 자격증을 가지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는 게 병원인데, 굳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이런 의문이 조금씩 사라진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에 반기(?)를 든 책 제목이 가장 눈에 띈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궁금증을 안고 공동저자 중 한명인 박진상병원장을 만나 봤다.

 


 

 

21세기, 지금 어떤 사람이 효자일까? 20세기의 ‘효자’는 지금도 유효한 것일까? 나이든 병든 부모를 집에서 모시면 효자이고, 병원으로 모시면 불효자일까? 모든 가치가 변화는 시대에 <효, 효도, 효자>라는 말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우리네 정서상 감히 효의 개념이 바꿨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박진상병원장과 그녀 김정연병원장은 이런 변화에 매우 정중하게, 지극히 인간적으로 말을 건넨다.

 

“저는 병원에서 환자를 단순히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와 소통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떨어져 있는 환자와 그 보호자의 소통도 중요시합니다. 소통이 행복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다양하게 많이 만들고 있지요. 정말 내 집처럼 지내다 보면 집보다 더 편안해지는 것이 요양병원의 장점이니까요. 요양병원에 가족이 있거나 앞으로 모실 계획이 있는 가족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효자가 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효도(孝道)에 대한 생각을 보자. 요양병원에 계신 어르신 자녀들 직업을 보면 천차만별이다. 소위 잘나가는 판검사와 의사에 뭔 일을 하는지 모를 자녀들까지 다양하다. 같은 부모 밑에서도 성공한 자녀가 있고 그렇지 못한 자녀가 있다. 신기하게도 ‘사’자 직업이나 고위직 자녀는 1년에 한번 얼굴보기 힘들다고 한다. 반면 형편이 변변치 못한 자녀들은 지극 정성이다. 이럴 때 저자는 ‘굽은 소나무’가 떠오른다고 한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고, 묏자리 지킨다”는 말이 있죠. 번듯하게 잘 자란 소나무는 목재로 잘려 나가고, 굽고 못생긴 소나무가 남게 된다는 말인데요. 요양병원을 하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습니다. 직업상 자주 ‘효(孝)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합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도 허투루 들리지 않았죠. 그래서 ‘긴 병에 효자가 있을까?’란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에 대한 대답을 책으로 묶었습니다”

 


우리나라 요양병원(년 5.6%) 증가 추세는 일반병원(4.9%)을 앞지르고 있다. 하지만 요양병원에 대한 느낌은 ‘선뜻 나서기가 꺼려짐’이다. 책은 총 46개 에피소드로 꾸며져 있다. 모두 지난 10년간 요양병원을 하면서 만나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다. 아직도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보내는 걸 내켜하지 않고, ‘자식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이제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도 아니고, 함께 살아야만 효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신 자식들 말을 들어보면 스스로 효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부모님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시설 좋은 병원을 찾고, 병원비를 지불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말이죠. 고전적으로 집보다 편한 곳이 없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좋은 시설을 갖춘 병원에 모시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보호자들이 부모님이 보다 좋은 곳에서 생활하며 건강을 살필 수 있도록 결정한 것만으로도 효자의 역할을 충분히 한 것입니다”

 

그는 학창시절, 자신의 학업을 위해 가족처럼 기르던 개를 팔아야 할 만큼 넉넉지 않았다. 그래서 공사판 막노동을 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한의대학 졸업 후, 남들처럼 한의원을 개업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병든 할아버지를 간호하는 걸 보면서 요양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할아버지의 입원이 길어지면서 ‘다른 병원으로 가보시는게 좋겠다’는 병원 측 말을 듣고 충격 받았다. 아무리 의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노인 환자가 달갑지 않다 해도 퇴원을 권유하는 일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위해 요양병원을 시작했어요. 저 같은 보호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그래서 논어 이인 편의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 구절을 늘 새기고 있습니다. 내 가족을 대하듯 어르신을 섬기고, 스스로 배움을 늦추지 않고, 늘 변화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나눔을 지역사회와 함께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치료를 위해 잠깐 들르는 공간이지만 요양병원은 다르다. 어떤 환자에게는 생을 다할 때까지 지내는 삶의 공간이다. 누구와도 이야기 나누고, 편하게 TV를 보고, 편안한 공간이 돼야한다. 그는 요양병원 인테리어 비용을 평균 병원의 3배 이상 투자한다. 화사하고 밝게 꾸민다. 그리고 2012년 9월, 전국 최초로 요양병원 인증시범평가 기관으로 인정받았다. 다음 해인 2013년에는 국가에서 인정받은  요양병원이 됐다.

 

“보통 요양병원은 시설이나 환경이 열악하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심사 과정에서도 무척 까다롭죠. 그럼에도 통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 신념과 철학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 받는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저는 우리가 요양병원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고, 요양병원의 문화를 선도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숙영(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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