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사람들 > 의료사회복지사 김은영실장 | 의학
관리자 | 조회 3385 | 2016-08-11 15:29
“까만 봉다리에 담긴 그 마음, 더 잘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죠”
‘국가와 사회의 의무를 일선에서 행한다’ 국가와 사회의 의무를 행하는 사람, 사회복지사를 말한다.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시설 거주자의 생활지도 업무를 한다.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상담을 한다. 특히 보건 의료 영역에서 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이 의료사회복지사다. 지난 2006년 임상병사리사로 시작해 2009년 사회복지사로 변신, 8년차에 접어든 그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획득한 후에 슈퍼바이저 자격증 따고 의료사회복지사 자격 제도가 생겨 3년 동안 수련을 했는데요. 저희 병원이 요양병원 중에서 유일하게 수련 기관으로 지정돼 있었거든요. 어떤 측면에서 행운이면서 감사한 일이죠. 제가 직업을 바꾸면서도 직장을 바꾸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직장은 그대로, 직업을 바꾼 소감이 궁금하다.
“임상병리는 매뉴얼 따라 일을 합니다. 제가 판단해서 개입할 영역이 거의 없어요. 예를 들면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어려운 환자를 만나도 사정이 딱해도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하지만 의료사회복지사는 달라요. 개입해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운 환자의 사정을 상담해서 기관을 연결한다든지, 직접 후원을 한다든지...생각하고 고민하고 발로 뛰면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일하는 게 정말 즐겁습니다”
사회복지사는 대상자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김은영실장은 타고 났다. ‘마음씨 고운 처자’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사람이다. 일의 보람을 물었다.
“어르신들이 고맙다 말씀하실 때, 좋아졌다고 할 때, 제일 보람 있고 행복하죠. 제가 병원에서 어르신들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우리 병원에서 임실장님이 제일 바뻐. 일을 많이 하니까 월급도 많이 받지’ 그럼 제가 이렇게 말해요. ‘월급 받으니까 당연히 일을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월급도 많이 받아요’ 사실이에요. 제가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제 업무를 최선을 다해 하는 건데 그것을 칭찬해 주니까 부끄럽고 더 많이 해드리지 못해서 안타깝죠”
환자들이 꼽는 병원에서 제일 바쁜 사람, 김은영 실장! 구체적인 업무를 물었다.
“가장 기본이 상담이에요. 취약 계층 예를 들면 독거 또는 무연고인 분들의 욕구 조사를 통해서 간병 연결 지원도 하구요. 급여 환자일지라도 식비나 간병비는 본인 부담이거든요. 그리고 와상 환자의 경우, 소모품이 많이 필요한데 이것도 본인 부담인데 실제 안되는 분들이 있어요. 이럴 때 제가 개입해서 자원을 연결하거나 간병비를 지원하거나 단체를 연결시키거나 하죠. 보호자가 있어도 오지 않는 경우나 친보호자가 아닌 경우에 간식 제공이 안되거든요. 그럴 때 사회복지기금 등을 끌어와서 지원합니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기관을 최대한 연결하지만 한계가 있지 않은가 물었다.
“맞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으니까 안한다가 아니라 해볼 수 있을 때까지는 한다는 판단으로 제가 병원 직원들이랑 1년에 한번 11월에 바자회를 하자 해서 그 수익금으로 취약 환자를 위한 간식, 소모품인 지저귀 등을 지원합니다. 병원 프로그램 할 때 사용하는 팝콘 기계도 그 수익금으로 지원했습니다. 처음에는 장수사과나무를 분양받아 키워서 따서 팔았어요. 그때 수익이 150만원이었고 그게 종자돈이 돼서 지금은 기금이 됐죠”
사회복지사에 비해 의료사회복지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의료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 1급 취득 후에 가능하다. 현재 700명 미만이 활동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보건 의료 시설에서 근무한다고 모두 의료사회복지사는 아니다.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가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다. 감정노동이 심한 편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환자라면 더 힘들지 않을까?
“특별히 그렇진 않구요. 다만 저희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가 여러 사정으로 퇴원했다 오시거나 다른 병원에 계시다 다시 오는 경우가 있는데...건강이 나빠져서 올 때 속상해요. 여기 계실 때는 멀쩡했는데... 그보다는 제가 힐링을 받죠. 평소 주변 사람과 대화도 않고 책만 보던 어르신이 계셨는데, 예술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살 맛이 난다’고 하시더라구요. 물론 저희들이 의도적으로 이끌고 격려하고 참여시키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변화하고 또 저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시니까요. 어느 날은 저를 애타게 찾으시더니 까만 비닐 봉투에 먹을 것을 넣어서 저만 먹으라고 주시더라구요. 그리고 ‘살 맛나게 해줘서 고마워요’하시는데... 감동이죠. 요양병원에 계시지만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오늘같은 생활이 되지 않도록 매일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서 삶을 다시 살게 해드린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데, 사명감이 헛되지 않는구나 확인되는 순간이죠”
의료사회복지사란? 병원이나 진료소에서 임상 치료팀 일원으로 질병의 직 · 간접적인 원인이 되고 치료에 장애가 되는 환자의 심리 · 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도와주며, 환자가 퇴원 후에도 정상적인 사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자와 그의 가족에게 전문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 |
오숙영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