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가정간호서비스 김희연 실장 | 건강
관리자 | 조회 3924 | 2016-08-19 11:21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불어도 가야하죠”
“환자 뿐 아니라 가족 의료 상담도 해드리고 있죠”
우리나라 가정 간호는 1990년 의료법에 업무분야별 간호사로 ‘가정간호사’가 추가되면서 시작된다. 의료기관 가정간호사업은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도입 이후, 종합병원 입원 수요 증가로 인한 국민 불편 해소를 목적으로 1994년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2000년 의료법 개정으로 본격 제도화 됐다. 2003년 전문간호사 제도 도입으로, 2006년 대학원 석사 과정이 개설된다. 현재 국내 120여개 의료기관에서 500여명의 가정전문간호사가 집에 있는 환자를 돌보고 있다. |
“병원에 가지 않고, 제가 원하는 곳에서 치료 받는다구요!”
가정간호서비스가 무엇인가요?
환가가 거주하는 곳에서 간호를 받는 제도인데요. 가정전문간호사가 환자를 방문해 의사 처방 내용으로 치료를 합니다. 의료기관의 가정간호사업, 보건소 방문보건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방문간호가 있어요. 각각 제도의 목적과 근거는 다르지만 주로 집에 계신 노인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방문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공통점이 있죠. 최근노인요양원이 가정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조금 더 바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편리한 제도를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정간호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나요?
저희 병원에서는 2인 1조로 가정간호서비스를 하는데, 일주일에 40건에서 50건 정도 합니다. 요즘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수요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분들이 있고, 무엇보다 이런 제도를 몰라서 이용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죠. 90을 넘긴 부부가 계신데, 이 분들이 거동이 불편하니까 따님께서 혈압약을 타다가 드렸다고 해요. 만성이니까 이전에 받은 의사 처방전으로 계속 약을 타다가 드렸던 것에요. 그러다 우연히 저와 인연을 맺어서 방문했다가 약을 드셨지만 혈압 조절이 안된 것을 체크해서 처방하고 관리를 해드리고 있는데요. 그 따님께서 ‘이런 편리한 제도를 일찍 알았다면 더 좋았겠다’라고 ‘이런 제도 자체를 몰랐다’고 말씀하실 때, 홍보의 부족함을 느낍니다.
“본인부담금 5%만 적용해서 영양수액을 맞을 수 있다구요!”
어떤 환자들이 이용하면, 편리할까요?
일단은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죠. 구체적으로 고혈압, 당뇨, 암 환자구요. 뇌혈관질환, 인공항문이나 비위관영양, 유치도뇨관, 기관절개관, 방광유치관, 담즙배액관, 중심정맥관 등 특수간호가 필요한 환자겠죠. 근육주사, 혈관주사, 마약성패치 등의 통증 관리를 받을 수 있구요. 암환자의 경우, 영양수액은 본인부담금 5%가 적용돼 수액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제가 서비스 했던 환자 중에 학생이 있었어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소변 배출이 안돼서 뽑아내야하는데, 학교를 다니고 소아마비까지 있어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아서 제가 매번 학교 양호실로 찾아가 처치했죠. 이런 경우, 학생 학습 시간을 빼앗지 않고 치료 받을 수 있어 좋았죠. 일주일에 한번 이든 한 달에 한 번이든 병원에 오려면 누군가 동행을 해야하는데, 여력이 없는 분들이 이용하면 편리하겠죠. 또 암 때문에 장루 주머니를 갖고 계시는 90세 할아버지가 계신데, 할머니가 있어도 노인이라 어렵거든요. 그 할아버지도 제가 방문해서 교환해주고 소독해주고 기타 등등 심부름도 하고 있죠.
“집으로 방문하니까 라포 형성이 빨리돼 치료 효과도 좋아요”
어떤 심부름을 해주시나요? 가정간호서비스에 포함되는 건가요?(웃음)
호호호...가정간호서비스는 당연~히 아니죠. 특별한 것은 아니구요. 할머니가 필요한 것 있다고 하면 사다드리고, 추어탕 먹고 싶다고 하면 사다 드리는 심부름이에요. 아무래도 가정으로 방문해서 치료해 드리다보니 라포(Rapport) 형성이 빨리 이뤄지거든요. 그러다보면 저를 딸처럼 며느리처럼 생각하시고 심부름 시키면, 저는 즐겁게 해드리죠.
“가정으로 방문해 환자뿐 아니라 온 가족 건강까지 챙기게 되네요”
심부름도 기꺼이 해주는 김희연실장님에 대해 환자들이 남다르게 느낄 것 같은데요?
글쎄요. 남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가정간호서비스를 나가면, 기본적인 환자 상태 뿐 아니라 가족 상담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요. 암 환자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고 있는 따님이 있는데, 어머니의 병과 상태를 받아들이고 내려놔야하는데 그러지를 못해요. 그래서 늘 방문할 때마다 환자 뿐 아니라 가족의 심리 상태, 건강 상태까지 살피고 상담을 합니다.
“인연이 깊어지면 딸처럼, 며느리처럼 가족 구성원이 되기도 하죠”
가정간호가 아니라 가족간호를 하고 계신데요?
맞아요. 그것이 가정간호서비스의 장점 중에 하나죠. 어떤 경우는 환자 가족의 고민 상담까지 해요. 그러다가 애경사까지 챙겨서 결혼식장을 갈 정도로 가족같은 친밀감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진정한 간호란 의료적 치료를 포함해 서로 지지하고, 울어주고, 웃어주는 정서적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작지만 꼭 필요한 부분들...예를 들면 생활용품 소독까지 챙겨서 해 드릴려고 노력하죠.
“가정간호서비스가 절실한 분들에게 편안하게 정성을 다해야죠“
의료인에, 상담사에, 심부름꾼에, 살림도우미까지...일인다역(一人多役)이네요?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를 기다리는 환자분을 생각하면 비가 와서 앞이 안보여도 눈이 와서 미끄러워도 폭풍으로 차량이 흔들려도 가야합니다. 그 분들은 집 안에만 계시기 때문에 날씨에 민감하질 않아요. 그래서 저희가 당연히 온다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도 힘을 내죠.
“입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가 확실히 있어요“
설명을 들으니까 비용이 비싸지 않을까 걱정되는데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가 있어요. 친숙한 환경에서 질병을 치료하게 되니까 심리적 안정과 회복이 빨라요. 자연스럽게 병원 입원 기간이 단축되고 입원 비용이 절약되고, 입원으로 인한 간병 부담도 줄어들고...의료보험의 경우 총 진료비의 20%가 본인부담 적용되며 협약기관으로 30% 추가 할인 혜택이 있어요. 비싸지 않습니다.
“낯선 공간 보다 익숙한 공간에서 치료 효과가 뛰어납니다“
가정간호서비스를 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교통사고 환자 분이 있었는데, 2년 간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다가 집으로 가야하는 상황이었어요. 부인이 남편을 2년간 간병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쳤는데, 집으로 가면서 두려웠다고 해요. ‘집으로 가면 병원보다 얼마나 더 힘들까’ 그런데 저희 가정간호서비스를 받으면서 ‘병원보다 편하다고, 사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환자분도 집에서 지내다 편히 임종을 맞았거든요. 또 한 경우는요. 말기암 환자인데, 의식이 뚜렸했어요. 그 분이 마지막을 집에서 보내고 싶다고 하셔서 저희와 연결이 됐죠. 그리고 저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환자가 원하던대로 온 가족이 편안하게 임종을 맞았어요. 그런 가족들의 감사 인사가 가정간호사로서 보람이죠.
“고령화 시대, 한국적 정서에 적합한 의료가 가정간호서비스입니다“
일하는데 어려움이나 아쉬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정간호서비스가 좋은 제도인데요. 요즘은 어르신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많이 모시는 추세라 이용률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홍보가 안돼 저변이 확대되지 않는 것이 아쉬움이죠. 평균 수명이 높아서 8~90대가 많거든요. 특별히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동이 자유롭지 않으니까 약만 드시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 시기를 놓쳐버린 안타까운 경우가 있어요. 만약 가정간호서비스를 계속 받았다면, 최소한 시기를 놓치는 일은 없었지 않을까 싶어서 안타깝죠.
“의사가 처방한 내용으로 가정에서 편안하게 치료 받을 수 있는 제도이죠“
간호사 면허증으로 가정간호서비스를 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 간호사 면허를 소지하고, 최근 10년 이내 해당분야 실무기관에서 3년 이상 간호경력이 있어야 해요. 요즘은 대학원 전문 간호사 과정이 생겼어요. 대학원 과정을 거쳐 가정간호사 국가 자격 시험에 응시하면 됩니다.
오숙영(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