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설탕기업의 배신 ②설탕세를 아시나요? | 건강
관리자 | 조회 2949 | 2016-08-31 15:09
세계보건기구는 성인 기준 1일 설탕 권장 섭취량 25g
기억력상승, 통증완화 효과 있지만 술보다 나쁜 설탕
우리는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것이 단맛 수용체를 자극해 당을 원하게 한다. 잠이 부족해도 단것이 먹고 싶다. 수면 부족이 단 음식 당김, 탄수화물 중독 등의 원인의 하나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는 동안 분비된 렙틴 호르몬이 식욕을 억제하며,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증가하니 단 것이 필요한 것이다.
설탕은 기억력을 좋게 한다. 기억력이 감퇴하는 이유의 하나는 뇌에 유익한 글루코스가 들어들기 때문이다. 글루코스는 사람이 움직이고 생각하게 하는 물리적 에너지다. 미국 버지니아대학 콜포트 박사는 “글루코스가 뇌 속에서 순환하면서 기억력을 감퇴시키는 역할을 하는 물질을 차단해주기 때문에 글루코스가 많이 들어 있는 설탕을 섭취하면 기억력이 좋아 진다”고 밝혔다. 설탕 음료가 단기 기억력을 상승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설탕의 한 가지 형태인 포도당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면 단기 기억력을 최소한 24시간 동안 향상시킬 수 있다.
설탕은 통증을 완화시키기도 한다. 어린이가 다쳤을 때 물보다 설탕물을 먹은 아이가 통증을 덜 느낀다는 연구가 있다. 이에 대해 김경수 교수는 “자당(sucrose)을 이용한 일부 임상 연구 결과, 성인 여성은 진통 효과를 보이지 않았으나 어린이는 진통 효과를 보였다”면서 “성인여성에 비해 어린이가 상대적으로 단 것을 더 좋아하는 경향은 심리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설탕은 딸꾹질도 멈추게 한다. 딸꾹질이 나오면 윗몸을 일으켜 앉은 다음 물을 천천히 마시고 설탕 한 티스푼을 혀에 올려 녹여 먹는다. 이렇게 하면 신경이 혀끝 단맛에 반응하느라 딸꾹질을 멈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부터 성인 기준 1일 설탕 권장 섭취량을 50g에서 25g까지 대폭 낮췄다. 참고로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DRI)’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61.4g으로 설탕 15스푼에 달한다. 1일 평균 에너지 섭취량의 12.8%를 당류에서 섭취하고 있는 셈 이다. 설탕은 사탕수수와 사탕무를 원료로 만들어, 과당과 포도당이 일대일로 결합된 이당류로서 녹으면 이 둘이 분리된다. 설탕의 단 맛을 100이라고 할 때 과당은 173, 포도당은 74 정도이다.
과당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술보다 나쁘다고 한다. 우리 몸이 과당을 에탄올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다. 포도당은 혈관을 타고 세포에서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쓰는 반면, 과당은 에탄올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간세포에서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간이 유발되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량음료나 과자 등 가공식품에는 설탕대신 고과당 옥수수 액체 시럽인 액상과당(HFCS)이 들어 있다. 액상과당은 식품 유통기한을 늘려주고 가격도 저렴해 식품업체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건강에 안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동물 실혐에서 설탕보다 액상과당을 먹었을 때, 수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액상과당의 과도한 섭취가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설탕으로 인한 성인의 만성질환도 문제지만 소아, 청소년 시기부터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가 문제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즐겨 마시는 탄산음료에 당분이 대거 함유돼 있다.
식약청 조사 결과 12-18세 학생들이 1년간 마시는 탄산음료는 1.5ℓ짜리 17병으로 성인의 3배 가까이 된다. 음료수 섭취만 줄여도 아이들 당분 섭취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이나 빵, 과자 등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당은 과일 등 자연식품에 들어가는 천연당과 달리 영양소는 없으면서 몸에 축적되는 성향이 강해 과다 섭취할 때,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가공식품의 당은 몸에 흡수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중독을 키우기 때문에 더 끊기 어렵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와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당뇨병을 강력하게 예방하려면 설탕세와 같은 수위 높은 규제 검토 등 적극적인 당류 규제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강주(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