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③설탕은 위험한가? 위험하지 않은가? | 건강
관리자 | 조회 2980 | 2016-09-21 14:36
아삭아삭한 그 맛에 비밀을 찾다.
설탕 중독은 마약 중독과 같다.
집에서는 절대 낼 수 없는, 맛볼 수 없는 맛! 그 맛을 찾아 오늘도 외진 골목을 헤맨다. 소문난 맛 집 깍두기는 새콤달콤, 아삭아삭...반드시 더 먹게 된다. 여기저기서 “역~시 손맛이 최고다” 찬사를 보낸다. 주인장은 맛의 비결을 설명한다. “식초도 쪼금 넣고......마지막으로 사카린을 꼬~옥 넣어! 아주 조~금만 넣어야 돼, 그래도 맛이 나! 많이 넣으면 못써...너무 달거든” 통닭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단무, 어떻게 만들었을까? 핵심조미료는 역시 같다. 소문난 맛 집 깍두기와 같다. 사카린이 들어가 있음에 우리는 찬양한다.
들이키면서 “캬~”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소주, 그 소주가 달다. 이유는 스테비오사이드라는 감리료 때문이다. 우리 직원들은 출근 하자마자 모닝커피를 마신다-물론 직장이 직장인지라 양치질하는 횟수는 당연히 많다- 대부분 직장의 아침 풍경이다. 어디 아침에만 먹는가? 점심 후에 한잔, 나른한 오후에 한잔.....모두 일회용 봉지커피다.
스트레스 받으면 단 것을 찾는 여성이 많다. 우울하거나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단 것을 먹어야만 직성 풀리는 그녀들은 초콜릿을 달고 산다. 과당을 섭취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설탕 등 단 음식을 먹었을 때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당 흡수를 촉진할 뿐 아니라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두뇌로 운반하는 역할도 한다. 두뇌로 전달된 트립토판은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그런데 세로토닌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이로 인한 기분 좋음이 익숙해진다. 때문에 당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우울감이 나타난다. 당분을 계속 섭취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칼로리 제로라고 설명하는 코카콜라 다이어트 코크의 경우, 1982년 첫 제품에 사카린이 들어갔지만(1983년 부터 아스파탐으로 대체) 그 뒤 수크를랄로스가 들어간 제품(diet coke with splenda 2005)과 아스파탐과 아세팜칼륨이 들어간 제품(coke zero 2005)이 추가되었다. 우리 이미지에 다이어트 코크는 건강한 콜라이다. 과연 그럴까? 절대 아니다. 인공감미료 힘일 뿐이다. 내 표현대로 “가짜 설탕물”인 셈이다. 슈가보이로 불리는 방송인 백종원씨는 음식에 달달한 설탕이 들어가야 맛있다고 한다. “맛없으면 설탕 한 스푼,,,,더!!!” 그를 대표하는 유행어가 됐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물 천국에서 살고 있다. 설탕 먹는 것을 개인 기호라고 말한다. 설탕 좋아하는 사람들 취향이라고...이것을 중독과 연관 시키면 어떨까? Addiction은 중독(中毒) 혹은 의존증(依存症)으로 번역할 수 있다. 한 가지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과 그렇게 하도록 하는 충동을 가리킨다. 만약 그것을 하지 못하게 되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정상 생활이 어렵다는 조건이 전제된다. 설탕도 마찬가지다. 설탕을 찾는 사람들은 계속 설탕을 찾는다. 마약하는 사람이 마약을 계속 하듯이 말이다.
소아내분비 의사이자 소아비만 분야 1인자인 미국의 로버트 러스틱 박사는 지방과 설탕 중 어떤 것이 더 중독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했다. 그 결과, 지방을 섭취했을 때 몸 감각에 관여하는 뇌 부분이 활성화된 반면, 설탕을 먹었을 때는 보상과 동기에 관련된 뇌 부위가 활성화됐다. 술과 담배, 마약, 게임 등을 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과 같다. 뇌가 마약을 복용할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단맛 중독은 가장 보편화된 미각 중독이다. 특히 설탕은 즉각적으로 뇌를 자극한다. 위에서 당으로 분해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입과 혀가 달콤함을 느끼는 순간! 미각만으로도 곧장 뇌에 쾌락이라는 보상을 준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이런 쾌감 때문에 습관처럼 단 음식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중독성이 마약인 코카인의 8배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설탕을 ‘합법적 마약’이라 부르는 과학자도 있다. 누구나 쉽게 설탕 중독에 걸릴 수 있다. 문제는 심각성을 모른다는 데 있다. 커피를 마실 때, 자신도 모르게 각설탕을 여러 개 넣거나 하루 한 개씩 먹던 초콜릿을 두 세 개씩 먹고 싶다면 설탕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외부 환경과 타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흡연과 같은 자의적 선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 또한 흔히 발생하는 교통사고 위험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극적인 비행기 사고를 더 큰 위험으로 인식한다.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도 위험에 대한 인식 차이가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 위험을 추정한다. 일반인은 위험도와 친숙도, 통제 능력, 잠재적 위험 크기, 지식수준에 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설탕은 위험한 음식인가? 아닌가?란 물음에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설탕 중독은 위험하다.
이강주(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