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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분노를 디자인한다구요?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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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222 | 2016-12-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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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긍정으로 넘길 수 있는 여유

오랜 학습과 상당한 연습이 필요

 

 

    

  1983년 미국 사회학자 알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 1940~)는 『관리된 심장』이라는 책에서 감정노동을 소개했다. 혹실드는 항공회사 여객기 객실승무원 분석으로 감정노동의 자세를 그려냈다. 그는 좋아하고, 싫어하고, 슬프고, 화나는 매우 사적인 감정이 조직 속에서 집단적 감정으로 변형되며, 집단적 감정은 조직 속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져 강요된다고 말한다. 감정노동을 엄밀히 정의하면 “업무상 요구되는 특정한 감정상태를 연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일체의 감정관리 활동”으로 직무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 유형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백화점 갑질 모녀’가 논란이 되면서 감정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렇게 승무원·판매원·외판원 등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을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은 어떨까? 전문직으로 인정받지만, 병원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몸이 불편한 고객을 응대하는 감정노동자이다. 특히 환자 간호에 있어 감정노동적 측면이 충분히 평가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전주효사사랑가족요양병원 배자영 기획홍보실장은 <분노를 디자인하라>고 말한다. 일찍이 이탈리아 디자인 이론가인 에치오 만치니가 ‘새로운 시대의 디자인은 제품을 만들거나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지만 분노까지 디자인하라니...화두가 당황스럽지만 배자영실장의 강의로 금세 고개가 끄덕여진다. 흔히 우리가 '화'라고 통칭해 부르는 감정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화가 난다'고 하고 '화를 낸다'고 하지만 사실 '화'라는 감정 안에는 분노에서부터 모멸감, 자기 비하, 좌절감까지 다양한 감정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감정을 ‘화(火)’로 묶어 표현한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잠정적 믿음 때문이다. 또는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거나 참다 견디지 못하고 화를 통해 분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의 결과는 어떤가? 대부분 상태를 악화시킨다. 그래서 화를 다스리고, 감정을 구별하고, 분노를 디자인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분노를 디자인하는 것은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학습과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 배자영실장은 분노 디자인의 시작을 ‘감정과 행동의 분리’라고 말한다. 생각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시킬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짜증이나 화를 긍정적으로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갖는 훈련을 권한다. 그리고 감정을 그저 넘기는 게 아니라 화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분노를 디자인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제시됐다. 이 가운데 <내 감정을 행복하게 해주기>에 귀가 번쩍 뜨인다. 가장 빨리, 가장 쉽게 실천할 수 방법을 하나 소개하면,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주세요’이다. 노동의 댓가를 다시 나에게 환원하는 방식으로 매달 월급날 1~2만원 상당의 선물로 ‘토닥토닥, 쓰담쓰담’해주는 것이다. 실제 입으로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00야, 오늘도 애썼다, 대단하다, 그래서 너에게 선물할께”말한다. 처음에야 쑥스럽겠지만 익숙해지면 분노를 디자인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단 주의점이 있다. 이런 내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혼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한다 할지 모르니, 조심하시길! 사실 감정방어권이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머나먼 이야기인 현실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들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홧병이 있을 만큼 현대 사회 대표적 감정 코드인 ‘화’에 대해 적극 분석하고 디자인하려는 시도가 다양하다. 화의 근원을 밝히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의 화가 얼마든지 통제될 수 있는, 그리고 통제하기에 따라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증명해 내고 있다.

 

자, 증명이 되고 있으니 이제 나에게 적용해 보자. 무한서비스시대에 대중을 상대하면서 감정노동을 피할 수는 없다. 승무원, 백화점 종업원, 영업원, 병원의료원 등 몇몇 직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친 존재감, 요즘 대세’라는 공무원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글 오숙영(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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