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알고 쓰는 명약) : 2. 호박(琥珀) | 건강
관리자 | 조회 5840 | 2015-01-18 23:10
산후 호박즙?
애를 낳았더니 시어머님이 정성스럽게 호박즙을 해오셨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여자에게는 가장 몸이 약해진 시기이기도 한지라, 썩 내키지는 않지만, 거울을 보면 부어있는 자신의 얼굴과 몸을 보면서, 날씬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눈을 질끈 감고 호박즙을 삼킨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리라…….
15세기 명나라 때, 전남본초(滇南本草)라는 책에 호박(열매)은 ‘남과(南瓜)’라하여 처음 언급되고, 그 이후 ‘해독소종(解毒消腫)’을 하는 약재로 쓰여왔다. ‘해독소종(解毒消腫)’이라함은, 급성기의 제반 증상과 부어오른, 곪은 종기 등을 없애는데 효능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산후에 남과즙(요즘의 호박즙)을 내어 먹었다는 기록은 없다.
이것은 후대에 동음이의어인 보석(광물) 호박(琥珀)과 혼돈되어 민간에 전파된 것이다. 실제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나온, 저고리 장신구로서의 호박(琥珀)은 맛이 달며 독이 없고, 산후에 어혈을 풀고 통증을 멎게 한다고 기록되어있으며 [性平味甘無毒安五藏定魂魄般精魅邪鬼治産後血疹通利水道通五淋明目磨瞖], 부인과의 여러 증상, 예를 들면, 월경부조(月經不調), 난산, 유산, 임신성 방광염, 해산 후 부종(浮腫)과 하혈(下血) 등을 다스리는 주요 처방에 들어간 귀한 약재이다.
몸 푼 뒤 호박즙은 이로써 난처한 물건이 되고 말았다.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부기를 빼준다는 호박즙은 정작 부기를 내리는 곳에 쓰이지도 못하고, 안 먹을 수도 없는 물건이 되고 말았지만, 괜찮다. 다음번에는 한의원을 통해서 전문가와 상담한 뒤, 적절한 약을 처방받는다면 찬란했던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조금 더 수월해질 것이다.
- 은율 원장(H요양병원 한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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