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1894년 그리고 2017년 | 문화
관리자 | 조회 2338 | 2017-01-17 16:37
‘東學’은 살아 있다.
작년 10월 말 시작된 촛불집회가 13차를 맞이하는 이즈음, 누구는 1894년을 이야기한다. 지금의 대한민국과 그때의 조선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음...계산해보니, 지금으로부터 123년 전이다. 대체 1894년 무슨 일이 있었길래 2017년과 비슷하다는 걸까?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궁금해 물으니,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다. 말의 성찬(盛饌)이 아닌 눈의 성찬을 준비한 것이다.
정유년, 전북도립미술관의 첫 전시는 기획전 ‘동학’이다. 김광진(작고작가), 김성민, 김태순, 나명규, 박경종, 박문종, 박성수, 박종석, 박
하선, 서용선, 송만규, 오상조, 유휴열, 윤성필, 정복수, 최지연, 하수경, 허진, 홍성녀까지 19명이 참여했다. 그 과정이 조금 특별하다. 미술가들이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답사는 물론 전문가 특강을 듣고 토론까지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들의 상상력이 발휘된 새로운 작품과 기존작품을 모아 70점을 선보인다.
그런데, 왜 동학일까? 작금의 촛불집회를 겨냥한 것일까? 이에 대해, 전북도립미술관 장석원 관장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 단, 그 궤적을 달리 그을 수 있다. 동학군에 들어가 싸우다 죽은 수많은 민중들은 이제 민주 시민으로 촛불을 들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동학군이 관군을 무찌르고 전주성을 함락시켰을 때, 민중 세상이 열리는 듯 했지만, 이는 곧 청·일전쟁의 도화선이 됐고, 일본군과 관군에 의해 패배하고 만다. 작가들은 이런 상황을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해 냈다”고 강조했다.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책이 아닌 그림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다.
백두산 천지로부터 전주 풍남문까지 이어지는 송만규 화백의 <신전주화약>은 123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작가의 혜안이 묻어난다. 그 혜안 앞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알록달록 오방색 천 위에서 신명나는 어깨춤이 인상적인 유휴열 화백의 <추어나 푸돗던고>는 우울한 역사가 아닌 기뻤던 기억을 찾아 나선 작품이다.
역사를 주제로 한 전시회는 많은 부분 ‘기록’에 방점을 찍는다. 사진이 주를 이루고, 기록화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일반 관람객의 발길을 오래 끌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고정관념을 훌쩍 뛰어넘는 미술전시가 ‘동학’이다. 동학이라는 특정 역사를 미술 언어로 새롭게 기술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명의 미술가들은 가장 직관적 화법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동학은 살아있다’고!
글 오숙영(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