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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365 | 2017-03-16 16:20
‘두근거림’은 심장의 소리이자 마음의 소리다.
책을 든다.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일단 제목은 맘에 든다. 두근거린 게 얼마인지 모른다. 지금 한 이불 덮고 자는 여인을 만난 뒤로 두근거리는 만남을 가져본지 오래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두근거림이 있다. 더불어 무언가 새로운 일을 만날 때도 좋아하는 일을 할 때도 두근거림이 있다.
첫 장을 넘기니 두근거림이 시작된다. 간만에 보는 소설이고 무슨 내용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난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에 빠져든다. 스토리의 전개는 빠르다. 시종 슬프고 진지하지만 중간 중간에 위트와 유머를 섞여 미소 짓게 한다. 결국 슬프게 맺는다.
부모보다 늙은 자식을 보며 젊은 부모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빨이 빠지고 주름은 깊게 패이고 검버섯이 핀 17살의 한아름을 보고 있는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니 먹먹하다. 한 참 친구들과 뛰어 놀고 공부하기에 바쁜 한아름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생을 살아간다.
소설 속 주인공 한아름은 팔삭둥이다. 어머니가 임신중독으로 빨리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고 3세에 발견한 원인도 치료도 없는 일찍 늙는 병에 걸렸다. 일찍 늙은 한아름의 눈으로 본 세상을 이야기하듯 담담한 필체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팔삭둥이에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사실 내 아이들도 모두 팔삭둥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한아름은 자신의 운명을 그렇게 타고 났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하고 두근두근하게 세상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아름이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감명 깊게 읽은 곳은 아름이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중환자실에 있을 때 엄마와 나눈 대화다. 아름이는 엄마에게 동생이 있냐고 물었고 엄마는 그렇다고 했다. 배에다 손을 대고 싶다고 했고 엄마는 그렇게 하라고 했다. 아름이는 가만히 손을 동생이 있는 엄마 배 위에 놓는다. 아름이는 배위에 손을 대고 “엄마, 언젠가 이 아이가 태어나면 제 머리에 형 손바닥이 한번 올라온 적이 있었다고 말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말을 엄마에게 전한다. “보고 싶을 거에요.” 난 더 이상 눈물을 참지 않았다. 어느새 내 볼에는 눈이 흘러내렸고 눈물과 함께, 그렇게 아름이를 마음에서 떠나보냈다.
삶과 죽음은 만남일지 모르다. 한 생명이 가고 또 다른 생명이 온다. 한 만남이 가면 다른 만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슴이 뛴다. 두근두근.
오충렬(평생학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