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성자의 싹 칼럼 | 건강
관리자 | 조회 2589 | 2017-04-13 15:03
나는 누구인가?
어느 가을날, 모자를 눌러쓴 채 무표정 한 얼굴의 매화(가명)가 엄마와 상담실을 찾았다. 모녀 사이는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세련된 외모에 고상한 말투로 상담내내 예의바른 태도였다. 매화의 현재 마음 상태를 탐색하기 위해 타로카드를 펼쳤다. 매화는 팬타클 2, 메이저12, 검의 2번 카드를 뽑았다. 대화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이다. 말하기 싫어하는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읽고, 탐색하는 데 타로카드는 매우 유용하다.
팬타클 2번 카드를 보며, “표정이 안 좋아 보여요, 어딜 째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자세가 어정쩡해 보여요. 별은 무한대를 의미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은 별을 보고 있지 않고 다른 쪽을 보고 있어요. 뒤에 배가 있는데, 파도가 쌔게 치는 것 같네요. 배가 곧 뒤집힐 것 같아요. 모자가 무거워서 고개가 아래쪽으로 꺾여 있고, 팔이 아파보이네요”
메이저12번 카드는 “사람이 거꾸로 매달려 있어요. 무표정이네요. 다리모양이 4를 의미하는 것 같아 별로 안 좋아 보여요. 손도 묶여 있고, 발도 묶여 있어 아파 보여요. 그런데 얼굴에서 빛이 나네요. 원래 이 사람은 사람들한테 칭찬을 받을 만한 인물인데, 현재는 벌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 옷은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정지해 있는 것 같네요. 자기가 여기서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이 자신만만해 보이기도 해요”
검의 2번 카드는 “전에는 파도가 쌔게 쳤는데 지금은 거의 미동이 없이 잔잔해 보이네요. 섬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아요. 녹색 부분도 땅은 아닌 것 같고, 사람은 눈을 가리고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할 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사람 바로 옆이나 앞에 적이 있을 수 있겠네요. 달이 좀 기울어 있는 것을 보니 초저녁인 듯해요. 칼이 곧게 뻗어 있고, 좌우 대칭인 걸 보니 뭔가 팽팽함이 느껴져요.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 몸을 보호하려고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여자인데 치마폭 속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어요. 뭔가 안 좋아 보이고, 곧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매화는 주변사람 특히,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머리도 좋고, 공부는 물론 음악, 미술, 체육 등 다재다능했으며, 학원 선생님들로부터 특목고를 가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매화가 크게 될 것이란 기대 했는데, 중학교 때 부터 성적이 떨어지고 나쁜 친구와 어울리며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다. 지금은 공부가 중위권인 딸이 부끄러워 변화하기를 학수고대했다.
엄마는 매화가 자신과 의 약속을 꼭 지키기를 원했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민다고 했다. 폭언과 폭행은 물론 물건을 던지거나 심지어는 매화를 물고문 한 적도 있다. 매화는 심한 정서 불안을 겪고 있었고, 엄마 옆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울고만 있었다. 매화는 중학교 때 우울증이 심해 환청이 들리고, 자살 경험도 있으며, 창문을 보면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심했다고 한다. ‘팬타클 2번’은 매화가 겪고 있는 삶의 본질을, ‘메이저 12번’은 과거의 경험을, ‘검의 2번’은 현재 매화의 상태를 대변해 준 샘이다.
글 이성자(싹심리상담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