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푸른 꿈꾸는 이야기 할머니와 소녀들 | 교육
관리자 | 조회 2268 | 2017-04-20 13:50
자원 봉사가 최고의 교육이죠!
햇살에 반하고, 꽃향기에 이끌려 어디론가 가야할 것 같은 봄날이다. 주말이면 더 그렇다. 토요일 오후 2시, 남들 다 가는 봄놀이를 뒤로 하고 그녀들이 모였다. 가장 먼저 김정자(동화구연지도자, 75세)씨가 도착했다. 이어 서지현(기전여고 2학년)·아현(서곡중 3학년) 자매가, 유일한 청일점 염석현(완산중 1) 그리고 이하늘(기전여고 1학년)이 자리에 앉았다. 무려 61살 차이가 나는 이들이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자원봉사를 조금 더 잘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 모인 소녀들과 소년은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학교교육과정의 의무 봉사활동을 도서관에서 한다. 도서관 봉사 활동을 하면서 어린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사서선생님께 도움을 청했다.
학생들이 도움을 청한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가장 흔쾌히 심지어 감사하게 받은 이가 김정자씨다. 지난 2008년 동화 구연 활동을 시작해서 지금은 마술지도사, 책놀이지도사 자격증까지 갖췄다. 더 재밌는 동화구연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동화구연은 능력이나 기술이 아닙니다. 책을 자연스럽게 재밌게 읽어주는 게 최고의 동화구연이에요. 무엇보다 동화구연의 생명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사랑 전달입니다”라고 김정자씨가 포문을 연다. 오늘 동화구연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배우는 학생들 나이차는 61살이다.
학생들이 자신을 어려워할까봐 마술로 분위기를 띄운다. 이어 동화구연이 좋은 이유를 설명한다. “요즘기계가 발달해 테이프나 파일, 동영상 등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 목소리로 직접 들려주는 것이 아동들에게 최고의 안정감을 줍니다. 그리고 책을 보는 것이 즐거운 일임을 깨닫게 해주죠.”
책을 읽어주는 기술로서 ‘신체부위를 통한 발성법’도 배우고 실습했다. 쑥스럽지만 열심이다. 신체부위와 동물소리로 연결해 음색을 표현하는 대목에서 웃음꽃이 터진다. 염석현군은 “할아버지는 호랑이 소리로, 오빠는 개구리 소리로, 남자 아이는 오리 소리로 낸다는 것이 처음엔 이상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책을 읽을 때 더 실감이 나서 좋네요.”라고 말한다.
서지현양은 소감을 이렇게 밝힌다. “교사가 꿈인 학교 동아리 ‘틔움’에서 활동하는데요, 앞으로 동화구연 봉사활동을 할 때, 오늘 배운 것을 잘 기억하면 자신감이 더 생길 것 같습니다”
마술로 시작한 김정자씨의 동화구연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질문하기, 서로 알 수 있는 응답하기, 노래하기, 게임하기 등 책 한권으로 끝나지 않는다. 동화구연의 교육적 목표인 ‘교훈을 강조하지 않고, 스스로 느끼고 상상하도록 한다’에 충실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교육이 끝나자 학생들에게 “바쁜데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연신 인사를 한다. 본인이 교육 요청을 받았음에도 말이다.
오늘 교육을 위해 일찍 도착했던 그녀가 학생들을 맞이하며 건넨 인사말도 “공부하느라 바쁜데 오늘 와줘서 고맙습니다.”였다. 4월 어느 토요일, 전주시 효자동에 위치한 효사랑푸른꿈작은도서관은 할머니선생님과 소녀학생들이 있어 봄날이 따뜻하다.
글 오숙영(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