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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3145 | 2017-06-09 10:04
신사임당의 마더 리더십
이탈리아 시스티니 소성당에 그려진 미케랄젤로의 걸작 벽화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특이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아담에게 다가서는 신의 손짓은 너무나 애잔한데 아담은 너무 태연하고 그 애잔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손끝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내 스스로 아담이 된 듯 한 때가 떠올랐다. ‘신이 모든 사람 가까이에 머무르기 위해서 각 사람에게 어머니를 두셨다’는 탈무드의 말처럼 온갖 자녀의 푸념과 짜증을 받아주면서도 묵묵히 다가와주시고 관심을 기울여주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품속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말한 이어령 교수의 말처럼 그 품은 따뜻하고 마음을 이끄는 매력이 있다. 특히 오늘날의 어머니, 엄마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아이들은 모든 의사결정을 엄마와 상의하고 심지어 아빠들도 그런 엄마의 선택을 존중하고 따른다. 그만큼 오늘날의 사회는 모성이 갖는 여성의 감성과 섬세함을 바탕으로 한 ‘감성리더십’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국제사회 외교적 대응의 해법으로 ‘마더 리더십’을 언급한 칼럼을 읽었다. 우리가 인근 강대국들 사이에서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대립이 아닌 화합과 소통할 수 있는 ‘마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이와 같이 마더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은 누구일까 ?
역사 속에서 그런 면모를 가진 인물로 신사임당을 꼽고 싶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사임당, 빛을 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으며, 드라마를 쓴 박은령 작가는 신사임당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현모양처의 모습 대신 7명의 자녀를 키워낸 워킹맘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사임당은 공부하는 남편을 대신해 모든 가족들을 부양하고 책임졌다. 그러면서 아들 율곡에게 사서(四書)를 비롯한 유교 경전을 가르쳐 통달시킨다. 또한 학문의 근본이 인격의 성숙에 있음을 강조한다.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할 마더 리더십의 핵심과 너무나 잘 닮아있다. 사임당의 모습에서 배울 수 있는 자녀를 올바르게 이끌어갈 3가지 마더 리더십은
첫째, 꿈꾸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임당은 학문을 통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실제로 그는 시. 그림. 글씨에서 재능을 보였다. 현모양처 대신 종이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키워갔으며, 옳은 일에는 과감하게 재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러한 엄마의 모습은 제대로 된 리더의 모습으로 영향력을 미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오늘날 엄마는 제대로 된 꿈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못했다. 아이는 꿈꾸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꿈을 가진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기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꿈에 믿음을 가지고 나아간다.
둘째는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드라마 속 사임당이 하루는 자모회에 참석했다가 아들의 수업태도에 크게 실망하고 그날 당장 아들을 앉혀두고 자진출재(자퇴) 사실을 알린다. 그러면서 학문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 언급한다.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과 타고난 재능을 올바로 쓰지 못하는 것은 진정한 학문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킨다.
오늘날 지나치리만큼 소통을 강조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소통이라 하면 상대의 말에 무조건 듣고 ‘Yes’만을 떠올리지는 않는가? 진정한 소통이란 부모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전해주는 것이다. 삶의 항해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란 말이 있듯이 공부와 성적을 높이기 위한 방법보다 공부를 하는 목적과 ‘의미’를 찾아가는 소통이 참다운 자녀와의 소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임당은 율곡의 자퇴 이후 벌을 주는 대신 자신과 함께 종이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물론 드라마 속 설정일지라도 우리가 추구할 엄마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것은 자녀를 대신해 엄마가 문제의 해결자가 되고 평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잘못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코칭하는 모습이다. 잘못을 바로 지적하고 비난하기 보다는 종이 만드는 일을 통해 간접적으로 깨닫고 변화하기를 기다리는 마더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 리더십은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라고 말한 수원대학교 우경진 교수는 위기의 순간에 비난하거나 징벌하는데 비중을 둘게 아니라, 스스로 치유되고 회복해서 동력을 얻을 때까지 응원해주는 것이 진정한 어머니 리더십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패했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고 독촉하지 않고 인내심으로 기다려줄 수 있는 부분이 마더 리더십의 강점이라고 강조한다.
요약하면 마더 리더십은 엄마가 자녀의 해결자나 평가자가 아니다. 함께 소통하고 꿈꾸며 자녀 스스로 뛰어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하는 페이스메이커와 가까운 역할이다. 조직 내에서도 지지해주고 기다려주되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어르고 달래면서 끝까지 관심을 보일 때 가정과 직장의 변화도 시작될 것이다.
백용식
한국세미나교육연구소 소장
리더십 경영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