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푸르름 가득한 숲속의 ‘작은 휴가’

중복을 지나 말복으로 이어지는 여름, 절정의 피서철이다.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도 그립고 철썩거리는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해변에도 가고 싶다. “꿩 대신 닭”이라고 피서지로 안성맞춤은 아니지만 전주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장태산을 찾았다.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 사진에 반해서 한 여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지난 4월에도 갔었는데 그 당시엔 나뭇잎이 나오지 않았을 때라 푸르른 녹음을 못보고 와서 못내 아쉬웠다.

장태산은 대전 팔경 중 한 곳으로 대전 서구 장안동에서 충남 금산군 복수면으로 뻗어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유명한 자연 휴양림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국내 최고의 메타세쿼이아 숲이라는 명성에 손색이 없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 울창한 산림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전체면적 82ha 중 20여ha가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장태산 최고의 경치는 단연 메타세쿼이아 숲이다.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숲 군데군데 만들어놓은 평상에서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모여앉아 가지고 온 음식을 먹으면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정겨운 모습에 마음이 흐뭇하다.

메타세쿼이아 숲을 배경삼아 최고의 풍경을 연출하는 아름다운 연못을 지나 조금 가면 ‘숲속 어드벤쳐’라 불리우는 스카이웨이가 있다. 울창한 숲을 내려다보며 하늘을 걷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스카이웨이는 입구부터 타워까지 높이는 16m에 이르며 타워꼭대기까지의 길이는 196m에 달한다. 스카이웨이를 걸어 들어가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타워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길이 아찔하다. 걷는 도중에 마주친 모습이다. 어린 남매는 신나서 뛰어가는데 함께 온 엄마는 중간에서 못가겠다며 우는 소리를 하고 있어 웃음이 난다.

‘숲속어드벤쳐’를 마치고 내려와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다. 전망대 올라가는 길이 여러갈래이다. 그 중 직선거리라고 여겨지는 길로 올라갔는데 양옆이 숲으로 막혀있어서 무척 더웠다. 제대로 땀 흘리면서 전망대에 올라가니 탁트인 시야로 멀리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그지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처럼 펼처져 있다. 여름산행의 묘미는 뻘뻘 땀 흘리고 올라와 정상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이 아닐까? 이런 맛에 자꾸만 산에 오르고 싶은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산행과 닮은 듯하다. 고된 수고로움 뒤에 맛보는 단 열매가 있으면 또 다시 수고를 감내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겨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인생은 다시 한 번 살아볼 만한 것이 된다. 잠시 전망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맺힌 땀을 식혔다.

하산 길은 20여분이상 수직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이다. 내려오면서 보니 가파른 계단을 힘들게 올라오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올라와서 계단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몰라서 정반대로 산행하는 사람들을 보니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 푯말만 보고 무작정 올라오는데 수직의 가파른 계단이다. 다른 길도 이용 할 수 있다는 간단한 안내문이 있다면 쉬운 길을 찾아 산행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이하여 올해는 어디로 가야할 지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다. 아직 고민 중 이라면 굳이 멀리가지 않고도 가까이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소박한 휴가를 권해본다. 이름난 곳이라고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막상 찾아가 보면 인터넷으로 보았던 사진과는 달리 실망스러움을 금치 못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올여름은 꼭 이름난 곳이 아니어도 저렴한 경비로 가족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작은휴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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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뉴스기자 이상희

  사진  오상일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