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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수필>석 달 열흘, 지면서 다시 피는 백일홍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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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362 | 2017-08-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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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한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서도 지친기색 하나 없이 진홍빛의 어여쁜 꽃망울을 가득 달고 화사하게 피어 있는 배롱나무가 요즘 들어 부쩍 눈에 띈다. 보면 볼수록 색이 곱고 자태가 의연하여 어떤 나무일까 궁금증이 일어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열흘 가는 꽃이 없다지만 배롱나무는 백일동안이나 꽃을 피워낸다. 배롱나무의 원래 이름은 '백일홍나무'이다 그 발음이 배기롱나무에서 와전되어 '배롱나무'로 굳어 졌다. 하지만 배롱나무의 꽃은 한 송이가 100일 동안 피어있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꽃송이가 차례로 피고지고를 거듭하면서 100일을 지난다.

 

 

자주색 꽃이 핀다하여 한자로는 자미화(紫薇花)’이다. 중국 사람들은 이 꽃을 특히 사랑하여 배롱나무꽃이 만발한 동네를 자미촌(紫薇村), 궁궐을 자미성(紫薇城)이라 하였다. 글자로는 보라색이지만 붉은색도 흔하고 간혹 흰 색도 있다. 일본 사람들은 사루스베리(猿滑: 원숭이 미끄럼 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수피가 하도 미끄러워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도 미끄러진다는 뜻이다.

 

청나라 때 유호가 편찬한 광군방보(1621) 에는 "매끄러운 줄기를 긁어주면 모든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간지럼을 타기 때문에 파양수(怕癢樹=간지럼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적고 있다. ‘파양손톱으로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뜻이고, 간지럼을 태우면 실제로 잎이 흔들리면서 간지럼을 탄다고 한다. 나무가 간지럼을 탄다는 건 믿기 어렵지만 천진난만한 상상력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 진다.

 

목백일홍

                                                  - 도종환 -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시를 읽다가 문득 부부의 정을 생각하게 된다. 긴 세월 함께 하면서 어찌 늘 곱고 사랑스럽기만 할까. 피고지고를 거듭하면서 100일 동안 꽃을 피워 내는 배롱나무처럼 피고지고 다시 피는 정으로 평생을 늘 새로운 사랑을 꽃피우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더없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이리라. 말없는 나무의 생애를 통한 깨우침이 마음 한 켠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찌 부부의 정만 그러할까.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매일 마주하는 모든 인간관계가 이와 같은 원리로 이어져서 사는 동안 내내 배롱나무 꽃망울처럼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 피어나는 나날들이기를 소망해본다.

 

                                                   

 

헬스케어뉴스기자 이 상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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