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윤현주의 역사인문 이야기 1편 | 교육
관리자 | 조회 2289 | 2017-08-18 15:13
역사란 무엇이며. 왜 역사를 알아야 하는가
위 사진은 익산 미륵사지에서 발견된 유물이다. 얼핏 보면 숫기와려니 하겠지만 이는 기와장이 아니다. 서까래를 고정시킨 것으로 중앙에 나무못을 박은 흔적이 있다. 이는 다른 곳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특별한 것이다.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 차에 이런 유물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눈을 돌릴 때, 관심을 가질 때, 들여다볼 때, 그때에만 역사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역사전공자도 아니다. 책을 읽고 문화와 전통에 관심을 갖다보니 역사의 중요성을 만났다. 당연히 오래된 이야기나 위인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삶이 역사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고장부터 알아가고 싶었다. 10년 전 경기전이나 전주박물관 해설을 무료로 하는 코스를 기획했었다. 반응이 놀라웠다.
"경기전 가 봤어요."
"애들이 다 커서 박물관은 안가도 되요."
"다른 고장으로 가면 참여할게요."
그래서 내 프로그램은 3회에서 멈췄었다.
나를 모르고 지역을 외면하고 국가의 발자취를 모르면서 시험으로 받는 1등급의 역사. 승진과 취업을 위한 한국사 1급의 역사. 비전공자의 이야기나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다루어지는 가공된 역사만을 알고 있지는 않는지? 누군가 이처럼 왜곡된 역사의 인식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정치에 무관심한 벌은 가장 위험한 자로부터 지배당하는 것. 역사는 먼 과거로부터 걸어 나온 시간들과, 그 시간 안에 존재했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발자취.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낸 업적을 포함한 그 순간순간이다.
그 과거를 잘 연구하고 돌아볼 때 우리는 현재에 직면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을 위한 열쇠를 얻는다. 그 열쇠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키 일 수도 있으며, 길잡이가 되는 발전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생(歷史)이 '주름'으로 그 흔적을 남긴다면, 한 시대와 나라의 역사는 '유물과 유적과 기록'을 남긴다.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다리 역할을 하는 역사. 그러므로 역사는 인간이 살아왔던 어느 시대든 그 시대상을 반영하며,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선다. 그 과정을 이겨내면서 우리는 역사 안에서 지혜를 배우고 문화를 만들어 낸다. 매 순간 거울처럼 우리의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삶을 반영해 주므로 순간순간 성실히 반추해 보아야 한다.
역사는 개개인의 것이기도 하고 사회나 국가의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 걸어 온 길과 말과 행동 모두가 흔적이 된다. 역사의 "歷"이란 한자는 언덕아래 농부가 키우는 벼포기 사이를 걷는 발자취를 의미하기도 하다. 역사는 이렇듯 스토리이며 정치이며 그대로 삶이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밥상에 등장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길을 걷다 만나는 돌이거나 건물이기도 하고 이 사회의 무수한 "~ism"을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조직화된 권력"이라고 표현될 수 있겠다. 인간본성과 자본의 흐름과 사회의 구조를 형성한다. 역사를 바르게 이해할 때 우리 삶의 지배자와 민중의 올바른 방향성을 만난다.
반복되는 듯 하고, 제자리 걸음인 듯 하지만 역사는 항상 한 발씩 내딛고 있다. 과거로의 이해가 현재의 인식을 낳고 그 현재와의 소통속에서 미래의 선택을 선물하는 건 아닐까? 역사는 알아야 하고, 알아가야 하는 것이다. 관심을 갖는 그 순간에 죽은 듯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과거는 깊은 호흡으로 다시 살아나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역사의 시공간은 이미 현재다. 그리고 이미 현재였던 그 시공간은 이미 과거다. 또한 이미 과거가 된 그 시공간은 바로 역사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역사를 자주 돌아보고 성찰하며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야할 것이다.
인문독서고전연구소장 윤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