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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재>꿈꾸는 여행자 2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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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149 | 2017-09-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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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백수해안도로를 지나 법성포까지

 

 

 

 

 

막바지 여름을 지나면서 날씨가 보통 변덕스러운 게 아니다. 올 여름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지 못해서 광복절 연휴에 일박이일을 잔뜩 벼르고 있었다. 연일 게릴라성 폭우가 수시로 내리는 통에 여행계획을 접을까 고민이 되었지만 날씨는 무시하고 강행하기로 하였다.

 

첫 날, 오전 일찍 출발하지 못할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오후 2시 넘어서야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광주일원을 여행지로 정하고 출발했지만 출발하기 직전까지 확실한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즉흥적으로 영광백수해안도로를 생각해냈다. 비 내리는 해안가 드라이브도 낭만적일 것 같다는 단순한 느낌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다행히 가는 동안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영광까지 가는 내내 가로수로 심어놓은 배롱나무가 진홍빛 꽃을 가득 달고 늘어서서 여행자의 눈과 마음에 오래 기억에 남을 추억의 한 장면을 수놓았다.

 

백수해안도로에 진입하기 직전 잘 가꾸어진 정원을 배경으로 전통가옥과 현대건축이 혼합된 듯한 건물들 수십여 채가 눈에 띄었다. 영광 원불교 성지였다. 잠깐 멈춰서 한 바퀴 둘러보면서 크고 작은 여러 채의 가옥과 건물들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잠시 쉬는데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내심 그 유명한 백수해안도로의 아름다운 일몰을 기대하였는데 오늘은 해안가 드라이브로 만족할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백수해안도로에 접어드니 다시 날이 개었다. 잔잔한 바다와 새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있는 파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이 저 멀리 시야에 들어왔다. 영광군에는 80 여개의 작은 섬들이 있는데 바다위에 점점이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해안의 경치를 더욱 수려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조금 더 달리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정한 법성포에 도착하고자 해안도로 드라이브는 수평선을 감상하는 것으로 마치고 아쉽지만 차를 돌렸다.

 

 

 

 

법성포의 첫 인상은 마치 굴비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가지의 거의 모든 건물에 무슨무슨굴비상회 라고 씌여 있었기 때문이다. 시내 중심가를 지나서 새로 지은듯 한 깨끗한 건물이 늘어서 있는 동쪽 끄트머리로 갔다. ‘법성포 보리굴비 정식이란 간판을 보고 한 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 처음 나온 요리는 굴비스프라는데 굴비 냄새가 나면서도 비리지 않고 구수하여 참 맛있게 먹었다. 새하얀 요리사복을 입은 앳된 청년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가시를 먹기 좋게 발라주었다. 굴비를 백일동안 말리면 초승달 모양으로 등이 굽는데 이것을 보리굴비라고 한다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주었다. 마치 귀빈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음식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보리굴비정식을 먹었는데 제일 맛있었던 건 굴비가 아니라 양념게장이었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식당 앞으로 시내를 관통하여 흐르는 개천이 있었고 개천너머로 야트막한 동산위에 마치 계단식 논처럼 층을 이루어 옹기종기 자리한 마을이 눈에 들어 왔다. 해 질 무렵 드문드문 불이 들어온 집들이 동화속의 한 장면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 풍경은 뜻 밖에 선물처럼 늘 엉뚱한데서 마주치곤 한다. 마치 삶에서 가장 좋은 것들이 종종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여행은 삶과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아니 삶 자체가 또 하나의 여행이다. 우리는 이라는 긴 여행 안에서 매일같이 작은 여행들을 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지구가 공전을 하면서 끊임없이 자전을 하는 이치와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삶을 사랑하는 자여 부디 여행하라고 내 자신에게 여행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바이다.

 

                                                 
  

헬스케어뉴스기자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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