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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318 | 2017-09-21 11:25
‘우리가 잘 못 산 게 아니었어’
‘우리가 잘 못 산 게 아니었어’. 책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엄기호 선생의 책 제목은 보통 이렇다. 우리가 잘 못 산 게 아니라면 어떻다는 것인가. 책 제목이 끌려 일단 보았다. 제목을 보고 일단은 안심이다. 내가 잘 못 산 것은 아닌데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구조의 문제인가, 국가의 문제인가. 이렇게 문제를 돌려도 왠지 남 탓인 것만 같다.
엄기호 선생의 주제는 두 가지이다. ‘말 걸기’와 ‘성장’이다. 그의 주관심사는 ‘세상을 향해 어떻게 말을 걸 것인가?’와 ‘인간의 성장이란 무엇인가?’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말하기’, 엄기호는 ‘말 걸기’이다. ‘말하기’는 그냥 내가 말을 하면 된다. 말 걸기는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말하지 않고 질문을 던져 말을 유도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목적이 있다. 우리가 누구랑 어떤 주제로 어디에서 무슨 이야기 나누는지가 말 걸기의 핵심이다. 말 걸기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질문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야한다.
또 다른 주제는 성장이다. 엄기호는 그의 책 “단속사회”에서 성장을 이렇게 말한다. “성장이란 낯선 환경을 만나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면서 재적응해가는 과정이다. 낯선 환경이란 사물뿐 아니라 사람을 둘러싼 관계 전반을 일컫는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주변 환경이나 교사, 다른 학생들과 만나고 부딪치는 상호작용(interaction) 혹은 교호작용(transaction)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갱신하고 확장해간다.” 성장이란 낯선 것들과 만남이자 소통이다. 성장은 끊임이 없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하며 경험을 갱신하고 관계의 확장이 이어진다.
지금의 시대를 일컫는 사자성어가 있다. ‘각자도생(各自圖生)’. 풀어보면 “각자 스스로 살길을 찾는다”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의 시대를 살고 있다. 생활하면서 비빌 언덕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든든하다. 언덕도 없고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없으면 막막한 생각이 들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 가지가 있으면 세상을 헤쳐 나가며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벗이다. 벗이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위를 둘러보자. 나의 슬픈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공감해줄 벗이 있으면 삶은 살만하다. 둘째는 동아리다. 동아리는 ‘우리’를 말하며 같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거나 공부하는 모임이나 공동체를 말한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기호가 같은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할 동아리가 있으면 또한 세상을 살맛이 난다. 마지막으로 하나를 꼽으라면 용기다. 용기는 대단히 큰 용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용기는 힘이다.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이다.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용기가 있다면 우리의 꿈들은 언젠가 꽃을 피울 것이다.
벗들과 함께 세상 일을 나누고, 뜻을 도모할 사람들과 모여 동아리를 만들고, 용기를 내어 세상을 향해 말을 건다면 삶은 아름답지 않을까?
글 오충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