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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062 | 2017-10-14 13:34
읽어주는 책을 전해 듣는 '읽은 척 북콘서트'
깊어가는 가을날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날’ 행사로 일퍼센트호스텔에서 음악과 함께 책을 낭독하는 ‘읽은 척 북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북콘서트는 음악과 함께 접하기 어려운 고전을 낭독하면서, 작가와 작가의 시대적 배경을 알아보고 작품을 이해하는 시간이다.
음악은 사람을 감동시키며 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특히 본인의 감성코드에 맞는 분위기라면 그 감흥이 배가된다. 사고를 열면 다양한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음악과 독서가 한 그릇의 비빔밥처럼 '읽은 척 북 콘서트'가 무르익어 간다.
카프카. 그는 1883년 오스트리아는 헝가리 제국의 폭풍 같은 시대를 보낸다. 카프카는 유대인이었으나 독일어를 사용한 작품을 남겼다. 즉 내면의 세계는 철저히 유대인인 그가 표면의 독일인으로 살아야하는 이중적 배경에서 그의 글은 이 괴리를 반영하듯 비판적이고 날카롭다.
다중적 세계를 살아야했던 카프카의 냉소적이며 사회비판적 작품인 '소송'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법치국가에서 살고 있는 은행 고위간부 요제프 K는 어떤 죄목인지도 모른 채 체포되어 소송에 휘말린다. 요제프는 행동의 자유가 있는 동안에 혐의를 알아내고 무죄를 입증하려 발버둥 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생일날 중상모략 여론몰이로 재판을 받으며 채석장에서 처형된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결국에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자신에게 가해진 부당함을 수용할 수 밖 에 없는 한 인간의 처절함이 작품곳곳에서 스며 나오고 있었다. 판결과 처분이 이미 나 있어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되는 주인공의 처지가 실로 안타까워 나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나온다.
‘소송’을 관통하여 흐르는 사상은 관료주의의 폐단을 비판하고 파괴되어가는 인간의 실존을 묘사함으로써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냉소적 비판을 담고 있다. ‘소송’은 그러한 부조리한 현실에서는 우리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유죄가 된다는 이론을 성립시키고 있었다. ‘소송’에 휘말린 고위 간부는 아마도 카프카 자신을 반영한 인물일 것이다.
쉽게 완독하기 어려운 고전을 친근하게 접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콘서트였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카프카의 문장이 오래도록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글 이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