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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346 | 2017-10-20 11:41
너의 문화유산답사기와 지식인의 책무
휴대폰 전자파나 기지국 전자파가 각종 암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에서 모바일기업들에게 유리한 방식의 실험을 한 과학자를 논하는 다른 과학자가 말했다. “과학자도 가정이 있고 생활을 해야 합니다.” 이 말은 기업이나 국가에게 돈을 받을 수 있는 주제와 방식의 연구를 하게 된다는 말인데, 지식인들이 연구비 후원자의 편을 드는 것은 그냥 넘어갈 인지상정일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고 손해를 주고 삶을 망치기 때문이다.
통신사업계는 피해사례 빅데이터를 조사하는 AI를 상대하거나 제 2의 ‘에린 브로코비치’가 나서는 일을 맞이할 것이다. 글로 기록되는 지식에 있어서도 책을 팔거나 강연료를 많이 받을 얘기를 구성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기자나 작가들에도 있는데 실상을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비틀거나 그렇게 보이는 장면만 찍거나 한다.
얼마 전 한 지식인이 생각과 고민의 깊이가 조금 부족하여 왜곡된 지식을 전달한 책을 만났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홍준’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2)’에는 두 가지 심각한 오류가 보인다. 하나는 소개의 글과 성곽의 사진이 다른 것이고 하나는 ‘겸재 정선’의 삶에 대한 내용이 본인의 다른 책 ‘화인열전’과 다르다는 점이다. 이미 10만부 이상 팔렸고 계속 잘나가는 책이라서 도저히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작가와 출판사는 지금까지 380만부 이상을 사서 읽은 수많은 팬들을 포함한 독자들에게 해명과 사과가 필요할 것이다. 작가가 예전에 쓴 ‘완당평전’은 200곳의 오류가 있다는 기사도 있기에 유명한 지식인의 생각과 고민의 깊이를 의심하게 된다. 그 보도 후 ‘유홍준’은 인터뷰에서 스스로 80곳의 오류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의 책이 출판사나 연구원들의 대필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해본 적이 없지만 최근의 저작물들은 베스트셀러인 기존 책의 유명세를 이어받아서 좀 급히 양산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필자의 학부전공이 동양화라서 이렇게 ‘유홍준’의 예를 들게 된 것은 유감이지만, 빅데이터가 AI에 의해 비교검증 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지식계가 새롭게 각성해야 한다는 뜻을 꼭 표하고 싶다. 이런 정도의 오류를 얼마 전 ‘최진기’ 강사가 원작이 아닌 그림을 칭찬한 일이나 ‘조영남’이 값싸게 대신 그리게 한 그림을 비싸게 판 사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만큼 더 길게 생각하고 더 깊게 고민하고 더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 지식인의 양심과 책무에 대해 논하고 싶다.
‘에디슨’이 3세이던 1844년 19세의 ‘존 웰링턴 스타’는 진공 공간 속의 탄소 필라멘트로 빛을 내는 전구를 만들었으나 특허를 내지 않았다. 그가 특허를 내지 않은 이유는 정확히 모르나 ‘프랭클린’이 피뢰침의 특허를 내지 않은 이유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랭클린’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에 특허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인류의 행복을 위한 발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특허로 돈벌이 할 생각을 선뜻 하지 않는다.
인류의 행복을 위한 기업인은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싸게 공급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다. 공익적 연구나 학문적 진보에만 관심이 있어서 늘 호기심을 유지하는 지식인들은 생각과 고민에 빠져서 결혼을 포기하기도 한다. 어려운 ‘푸앵카레 추측’ 수학문제를 풀어서 필즈상 상금을 받게 된 수학의 천재 ‘그레고리 페렐만’은 그 상금을 거부하고 은둔했다. 그는 그저 문제를 풀었으면 되었다고 했고 학회에도 나가지 않고 숨어버렸다.
노벨상을 거부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인터뷰나 여행 등등 연구할 시간을 빼앗긴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다가 수상을 거부하면 오히려 더 많은 언론인들의 방문을 받을 거라는 아내와 지인들의 협박에 수상을 하러 갔다. 필자는 ‘유홍준’ 선생님도 ‘페렐만’이나 ‘파인만’의 심성을 가진 보기 드문 노력형 천재라고 믿으면서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 대한민국의 지식인들은 모두 다 호기심 충만한 덕후가 되어야 하고 지식 약자들을 보호하는 ‘프로보노’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미래에도 인문학이 지속될 것이다.
글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저자 고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