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취재>꿈꾸는 여행자 3편 | 문화
관리자 | 조회 2063 | 2017-10-26 11:54
서천 가을풍경 스케치
10월의 마지막 휴일 한글날, 아껴둔 최후의 비상금을 털어 쓰는 심정으로 길을 나섰다. 하루 뿐 인 휴가인 만큼 장거리는 일단 여행지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자동차로 두 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해 있으면서 평소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본 곳을 찾다보니 일순위로 떠오른 곳이 서천이었다. 전주에서는 한 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는 가까운 곳이고 장항 송림스카이워크가 유명한 곳이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오전 열시도 채 안됐는데 벌써 한 낮의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장항에 도착하였다. 추석지난 날씨가 한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더웠다. 다행히 장항스카이워크 가는 길은 주차장에서 바로 울창한 송림으로 이어지는 시원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솔숲에 들어서니 전방에서 시원한 해풍이 불어온다. 명절동안 쌓인 피로가 단번에 말끔히 가시는 듯 하다. 해풍에 실려 오는 솔향기를 맡으며 10여분 남짓 걸어 들어가 숲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자 서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썰물 때여서 바닷물을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점이 다소 아쉽다. 그래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숲 속 정자에 앉아서 가져간 간식을 맛나게 먹는 호사를 누릴 수 있어서 내심 흐뭇하였다.
장항스카이워크는 지상 15미터 길이는 286미터로 솔숲에서 바다까지 뻗어있다. 해안을 따라 수령 50년이 넘는 소나무 13만 그루가 식재된 솔숲을 위아래로 즐기는 길 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입장료 2000원을 내면 서천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되돌려 준다. 대부분은 판매소 옆에 자리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소비한다. 스카이워크는 나무데크도 있지만 군데 군데 바닥이 훤히 보이는 철망으로 된 구간이 많아서 지날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찔하지만 짜릿한 묘미가 있었다. 하늘 높이 자란 소나무를 벗 삼아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스카이워크의 매력은 단연 서천 최고의 여행지였다.
스카이워크 인근에 위치한 국립해양 박물관은 갖가지 해양생물을 총망라하여 보여주는 거대한 표본실이었다. 지상 4층 규모로 맨 위층으로 올라가서 표본 전시관을 한 바퀴 돌아 나와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벽면의 대형 스크린에서 바닷속 세계 영상이 계속 상영 되고 있었는데 실물로 여기고 신기해하며 폴짝거리는 어린아이의 천진한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해양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최대한 시간을 절약하여 한 곳이라도 더 가 볼 욕심에 점심도 거른 채 서천 갈대숲을 향해 서둘러 출발하였다. 금강 하구에 조성된 갈대숲은 ‘공동경비구역JSA’ 촬영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더운 날씨에도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가을 정취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갈대숲으로 들어가니 어른 키보다 훨씬 웃자란 무성한 갈대 덕분에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져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상쾌한 강바람을 맞으며 유람선도 타 보았다. 넘실대는 금강의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배 앞머리 갑판에 앉아서 무상무념에 빠져 경치를 감상하였다. 그 시간만큼은 신선이 부럽지 않을 만큼 한가롭게 유유자격하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한산모시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예로부터 한산모시는 그 품질이 우수하여 다른 지방의 모시보다 섬세하게 제작되었기에 밥그릇 하나에 모시 한 필이 다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한산모시를 처음 생산했던 건지산 기슭에 모시각, 전통공방 , 전수교육관, 한산소곡주 제조장, 토속관 등이 세워져 전통문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전시관을 나올 때 쯤엔 벌써 짧아진 가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광과 문화를 접하는 시간들은 또 일상으로 돌아가 주어진 본연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갈 자양분을 공급해 주었다. 여행의 참 맛과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