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우분투‘UBUNTU’ | 교육
관리자 | 조회 2237 | 2017-11-03 14:14
네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
모처럼 어머니 생신날에 식구들이 마당에 둘러앉았다. 누나와 형, 동생, 조카들까지 모이니 열댓 명이다. 마당 한 켠에 놓여 진 솥에 옻을 넣고 닭 한 마리를 삶는다. 옻닭이 다 삶아지자 형수님이 솥에서 꺼낸다. 닭고기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조카가 이야기를 꺼낸다.
유치원에서 운동회를 하는데 피구도 하고 여러 가지 운동경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계주 경기 차례가 되었다. 계주 선수를 뽑아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니 아이들의 반응은 예상 외였다고 한다. 선생님을 빤히 쳐다보면서 ‘왜 그래야 하는가?’라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손을 잡으며 "왜 몇 명만 나가야 해요. 같이 뛰면 되는데..." 아이들 말을 듣고 조카는 한 참을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몇 명을 뽑아 계주를 진행했다고 한다. 조카의 얘기를 듣고 우분투를 생각했다. ‘우분투’ 이 생소한 말은 아프리카 말이라고 한다. ‘UBUNTU’는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 뜻이다. 우분투를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인류학자가 아프리카의 부족 연구를 위해 한 마을을 찾아갔다. 아이들에게 인류학자는 게임을 제안한다. 바구니에 사탕을 담아 멀리 떨어진 나무에 매달아 놓고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에게 사탕을 주겠다고 했다. 그가 아이들 앞에 서서 출발을 알리는 신호를 하였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아이들을 상상하였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달리고 있었다. 나무에 모두 도착한 아이들은 둘러앉아 행복하게 사탕을 나눠서 먹었다. 인류학자는 “1등으로 도착하면 맛있는 사탕을 혼자서 가질 수 있었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아이들은 합창하듯이 말했다. “우분투” ‘우부’는 접두사이고 ‘은투’는 ‘사람’이란 뜻이니 우분투는 ‘사람다움’을 뜻한다. 아이들은 또 말했다고 한다. “사탕을 혼자 다 가지면 다른 아이들이 슬플 텐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 있어요?”
계주를 하기 위해선 잘하는 사람 중에서 선발해서 시합을 해야 한다. 다른 아이들은 잘하는 친구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조카의 유치원 아이들이 7살이니 아이들의 마음에는 아직 경쟁이란 말은 없는 듯하다. 왜 몇 명만 나가서 달리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같이 나가서 함께 뛰기를 바라는 것이다. 잘하는 아이들만 뽑아서 하는 달리기는 우리의 머릿속에 은연 중에 자리 잡고 있는 경쟁의식이다.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경쟁’과 ‘불평등’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우분투’는 우리에게 너와 내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은 인식하게 한다.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네가 슬플 땐 역시 나도 슬프다. 이러한 정서를 우리는 ‘공감’이라 한다. 사람 인(人) 자를 살펴보면 혼자서 설 수 없고 둘이 기대어야 비로소 완전한 인간이 됨을 알 수 있다. 인간은 홀로 설 수 없다. 서로 기대어야 함께 상생할 수 있다. 우리가 서로 서로 기대어 살아갈 때 나의 마음이 너의 마음에 맞닿아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세상은 더욱 살만한 곳이 된다.
글 오충렬 헬스케어 객원기자
전주시평생학습관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