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필>‘당연한 일’에 감사하기 | 문화
관리자 | 조회 2225 | 2017-11-03 14:16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단지 그뿐이다 – 도스토옙스키
소설 《악령》 중 키릴로프라는 등장인물의 대사이다. ‘행복을 자각한 사람은 금세 행복해진다’라는 말이 뒤따른다. 현대사회에서도 객관적으로 보면 행복의 요소를 분명히 많이 지니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한탄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자신에 관한 사소한 깨달음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덧붙여, 이 《악령》에는 ‘인간에게는 행복 말고도 그와 똑같은 수의 불행이 필요하다’라는 문장도 있다. 출처 네이버 포스트 ‘끌리는 책’
언젠가 어느 집회에서 강연자가 자기 아내의 가슴 싸이즈가 작아 늘 불만이었는데 그나마도 유방암에 걸려 절제하게 되었다면서 있을 때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하니 그나마도 거두어가 버렸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슬픈 자기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나 자신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가진 것을 당연하게 혹은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별히 내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레 주어진 것(사람)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면 매일 가족들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것, 밤에 잠자리에 들어 편히 잠을 청할 수 있는 것 등 일상적인 일들이 그러하다. 이런 일로 날마다 감사함이나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런 평범한 일상조차도 사치스러울 만큼 힘겨운 삶을 살아본 사람은 이와 같은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커다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 씨는 10 여 년 동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밥을 먹었다. 그녀가 병석을 털고 일어나서 처음으로 앉아서 밥상을 내려다보며 밥을 먹었을 때 너무나 감격하여 울면서 밥을 먹었다는 일화가 있다..
가정에서 아내가 가족을 위하여 날마다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당연한 일’은 아니다. 그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며 가족들은 아내 혹은 엄마의 수고에 마땅히 감사를 표하고 서로 행복감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남편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가끔 집안일을 도와주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이 역시 ‘당연한 일’로 무심히 넘기면 안 된다. 고마움을 느끼고 고마운 마음을 말로써 표현해 줄 때 매일 되풀이되는 자칫 무의미한 일상이 행복으로 충만해 지게 된다. 인간은 고마움을 느낄 때 큰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요즘처럼 사건사고가 많은 시절에는 아이들이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잘 다니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다. 언젠가 TV에서 전신지체장애 아들을 둔 한 어머니가 아들이 학교 가서 꼴등만 해도 소원이 없겠다며 눈물을 훔치던 장면이 평생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이후로 아이들에 대한 공부욕심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참으로 내가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모든 좋은 것들에 대하여 겸손한 마음으로 지극히 감사함으로 받을 때에만 늘 행복감으로 충만할 수 있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는 도스토이옙스키의 말은 진실로 인생의 본질을 꿰뚫어본 깊은 통찰에서만 나올 수 있는 명언 그 이상의 ‘진리’로 여겨진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