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필>이제 잘 살 일 만 남았다. | 문화
관리자 | 조회 2141 | 2017-11-22 17:23
100세 인생, 50년은 연습 50년은 실전
10여 년 전에 시작한 볼링을 수 년 동안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중단했는데 최근엔 주 2회 정도 볼링장을 다시 찾고 있다. 볼링공의 무게가 힘에 부쳐 내 체력에 적당한 운동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취미인거 같아 자주 하려고 노력한다. 볼을 던졌을 때 쓰러지는 핀의 숫자보다 남아있는 핀의 수에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계속 할 의욕이 꺾이지 않는다. 이유는 한 게임당 매 회 2번씩 던질 수 있는 총 11세트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실수해도 충분히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좋아서 앞으로도 꾸준히 볼링을 치게 될 것 같다.
50년, 참 오래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인간이 태어나서 20세 이상 생존할 확률이 수학적으로 제로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온갖 질병과 사건사고 확률을 따져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수학적인 계산에 따르면 50년을 살았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이다. 일 년을 365일로 계산했을 때 50년 동안 18,250번의 새아침을 맞이하였다. 이는 18,250번의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는 의미이다. 그 중에는 삶을 뒤바꿀 만큼 중요한 기회들도 있었을 것이다. 요즘 들어 그 많은 기회들을 잘 사용하였더라면 지금쯤 더 좋은 삶을 살고 있었을텐데 라며 후회하는 일이 많아졌다.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가 있는데 어깨부상이 심해져서 작년에 일 년 정도 휴직을 했다. 20여 년간 쉼 없이 연주한 까닭에 그만 무리가 왔던 것이다. 휴직할 무렵 그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얘기 끝에 친구는 ”미련하게도 일을 많이 하고 살았는데 이렇게 아프고 보니 괜히 화도 나고 억울하다. 그러나 내 삶을 되돌아 볼 때 정말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왔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잘 살았다, 수고했다 라고 말해 주고 싶다.“고 하였다. 젊은 시절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다니면서 바쁘게 살았다는 그녀 앞에서 왠지 내 자신이 작아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나 역시도 치열하다면 치열하게 살아온 나날 들 이었지만 그녀처럼 나 자신에게 ” 그동안 잘 살았다. 수고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아파서 휴직을 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렇게 자기 자신의 삶에 후회 없이 만족하는 그녀가 참 부럽다. 그녀의 부상은 인생승리자로서 ‘영광의 상처’이다
그녀의 인생은 참 드물게 잘 살아온 축에 들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되돌아볼 때 잘 살았다고하기 보다는 좀 더 잘살았더라면 이라고 후회하는 게 다반사라고 생각된다. 그럴지라도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며 더 잘할 수 있었던 기회들을 안타까워하다가 이제 더는 기회가 없다고 섣불리 낙심하지는 말자.
볼링에서 5세트까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였더라도 남은 6세트를 최선을 다해 집중하면 목표로 하는 점수에 근접할 수 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우울한 마음이 약간은 가시고 삶의 의욕도 충전된다. 100세 인생 중 살아 온 50년은 잘 사는 연습이었고 이제부터 진짜 잘 살아보는 걸로 해 보는 건 어떨까? 이제 잘 살 일만 남았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