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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137 | 2017-12-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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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향정의 식보(食補)

 

대한민국 최고의 음식점을 아시나요?”라는 질문에 입맛은 각기 다른데 감히 최고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점심 식사에 동행했다.

 

 


 

전주에서 시내를 벗어나 50여분을 달렸더니 안내판이 보였다. 다시 꼬불 꼬불한 논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나즈막한 언덕배기에 초향정이 나타났다. 널찍한 마당으로 들어서니 마당 한 켠에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 항아리들과 전통발효음식 체험관이 눈길을 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관 측면과 길다란 복도 한 쪽 벽면에 족히 백여가지는 되어 보이는 효소를 담가 놓은 유리병이 진열되어 있었다. 다양한 모양의 유리병에 담긴 효소들은 일반 음식점에서는 보기 드문 진풍경이다. 우리 산야에서 나는 갖가지 몸에 좋은 식물들을 사계절 내내 주인이 직접 채취하여 담가서 식재료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에 관한 주인의 범상치 않은 장인정신과 철학이 느껴져 매우 인상 깊었다.

 

 

 

 

첫 번째로 12가지 약재를 넣어 다려낸 약물이 나왔다. 물 맛은 살짝 쓴맛이 돌지만 비교적 순하고 구수해서 식사하는 내내 서 너 잔을 마셨다. 두 번째 음식은 해조류와 야채로 끓인 죽과 보리단술로 식전에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이어서 새콤달콤한 냉채와 샐러드, 오방색의 야채가 나왔다. 오방색 야채는 메밀전병에 말아서 오디소스에 찍어 먹고 기름기를 완전히 빼고 구운 삼겹살과 홍합은 새우젓에 찍어 뽕잎장아찌 싸먹었다. 스테이크 모양으로 만든 으깬 고구마는 소스를 끼 얹은 다음 양파를 잘라 섞어서 먹고, 오리훈제와 닭다리조림을 먹었다. 다음으로 매콤한 해물잡채와 동태튀김, 들깨탕이 나왔다.

 

음식들이 대체로 간간한 편인데 간수를 4년 이상 뺀 소금이라 좀 짜게 먹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풍성했는데 또 다시 식사가 한상 가득 나왔다. 새콤한 냉이 겉저리가 상큼했고, 새우장아찌를 김에 싸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특히 메주를 간장에 담그지 않고 만든 된장으로 끓인 찌개는 평소 먹던 된장맛과는 확실히 다른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났다. 4년 묵혔다는 묵은지도 식감이 아삭하면서도 시원하고 깊은 맛이 나서 자꾸만 손이 갔다. 인삼 꽃 장아찌라는 음식은 난생 처음 먹어 보았는데 식감이 매우 좋았다. 오히려 뿌리보다 영양면에서 월등히 좋다고 한다.

 

 

 

 

후식으로 나온 생강모과차로 마무리를 하고 장장 두 시간여에 걸친 환상적인 식사를 마쳤다. 모든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는데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였다. 음식 하나하나를 주인이 즉석에서 손수 요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한 가지씩 새로운 음식이 나올 때마다 식재료와 조리법에 관한 설명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맛이 배가 되었다. 거의 모든 종류의 음식에 약초로 만든 효소가 들어가 있어서 먹으면서 몸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옛날 상감마마의 수라상이 이보다 나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스럽게 다린 보약 한재를 다려먹은 것처럼 내 인생 최고의 식사자리였다.

 

'건강을 유지함에 있어 음식이 으뜸이고 약은 그 다음이다.

즉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다.'('학생님', 저자 기동환)

 

글 이상희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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