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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891 | 2018-01-02 10:29
마이골 작은 영화관에서 본 ‘강철비’
지난 월요일, 크리스마스 오후에 부담 없이 다녀 올 만 한 짧은 여행지로 전북 진안읍 '마이 골 작은 영화관'을 찾았다. 전주에서 40여 분만에 도착한 진안 읍내에서 이름처럼 작고 예쁜 영화관을 별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도착했을 때 이미 상영시간이 좀 지나서 두어 시간 진안 읍내 구경에 나섰다. 터미널 주변 시장에서 쇼핑도 하고 근처 식당에서 얼큰한 우럭 탕으로 저녁도 맛있게 먹었다. 다시 영화관으로 와서 처음 도착했을 때 예매해 두었던 '강철비'를 보았다.
연기고수 배우 곽도원씨의 감칠맛 나는 연기에 푹 빠져 두 시간 삼십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나게 보았다. 북한군 공작원으로 분한 미남배우 정우성씨의 혼신의 연기도 극에 긴장감을 더 해 주어 초반부터 영화의 몰입을 높여주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017년 현재,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주변 열강들과 대한민국정부, 그리고 북한의 상황이 맞물리며 한반도는 급박한 전쟁위기 가운데 놓이게 된다. '북한 1호'가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날, 북한 군부에서 쿠테타가 발생하여 개성공단에 무장병력이 들이닥친다. 수만 명의 공단근로자들은 '장군님'을 환영하기 위해 동원되어 밀집해 있었다.
그 곳에 난 데 없이 미군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공단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며 피바다를 이룬다. 사전에 이 사태를 미리 전달받고 쿠테타 주범을 암살하라는 지시를 비밀리에 받은 공작원 김철우는 목표대상을 저격하려고 개성공단에 잡입해 있었다. 지시 받은 대로 목표대상을 찾아 처리하고, 탈출 과정에서 우연히 '북한 1호'를 발견하여 데리고 대한민국으로 숨어들어온다. 이 때 부터 남북 간에 '북한 1호'를 둘러싼 숨 막히는 암투가 극중 내내 펼쳐진다.
북핵문제를 전쟁으로 풀려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대통령과 끝까지 전쟁을 반대하며 어떻게든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차기 대통령 당선인 사이의 설전은 작가 자신의 평화통일 염원을 담은 정치철학을 여과 없이 직설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다. 그것은 '원래 하나였던 나라는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가슴 뭉클한 한 문장으로 압축되어 극중 내내 여러 차례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묵직하게 전해졌다.
작가가 이끌어낸 북 핵 해결책은 '북한 1호'를 다시 북으로 안전하게 보내주는 조건으로 북 핵을 남북이 각각 반씩 나눠가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만 남북이 공멸의 길을 가지 않기 위해 서로 핵사용을 결코 할 수 없게 되어 한반도에서 영원히 전쟁의 위험을 제거 할 수 있다고 호소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참 간단하고 완벽한 해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영화처럼 북핵문제가 주변 열강들의 간섭 없이 남북 당사자들끼리의 합의만으로 이렇게 깔끔하게 해결 될 수 만 있다면 참 좋겠다.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이 엄동설한에 얼마나 힘든 나날들을 보낼까 라고 생각하니 영화관을 나오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