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필>김광석 다시 부르기 | 문화
관리자 | 조회 2150 | 2018-01-12 18:17
바람이 불어 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거의 매일 약속이라도 한 듯이 농구장에 모여 농구를 하고 놀았다. 날이 너무 껌껌해서 골대도 보이지 않았다. 멀리 서 있는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겨우 사람 모습만 보이는 농구장에서 늦은 밤까지 농구를 하였다. 끝나고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하루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시내에 있는 후배네 집에 가서 자게 되었다. 대충 씻고 자리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라디오에서 노래 한곡이 흘러나왔다. 잔잔한 기타 소리에 차분히 노래를 얹었다. 듣기 좋았고 말미에 김광석이라고 소개했다. “이 노래 좋다”하고 나즈막이 읊조렸는데 후배는 마침 자신에게 노래 테이프가 있다며 틀었다. 그렇게 김광석의 노래와 만났고 밤새 노래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지난 가을 어느 날이다. 아주 특별한 음악회가 있다며 각시는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티켓을 펄럭인다. ‘김광석 콘서트’. 순간 내 귀를 의심했고 다시 잘 물어보니 “김광석을 노래하다”라는 콘서트였다. 별 기대 없이 갔는데 콘서트 장에 도착해보니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이윽고 시작된 콘서트에서 부른 김광석의 노래에 바로 빠져들었다. 노래를 한 사람은 ‘채환’이라는 가수였는데, 모 유명 방송사의 김광석 모창 대회에서 2등을 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어떻게 김광석의 노래를 어떻게 부르게 되었는지 하나의 모노드라마처럼 콘서트를 진행하였다. 2시간 이라는 시간이 마치 십분처럼 지나갔다. 그는 김광석이 너무 좋아 무조건 상경해 대학로 콘서트 장에서 김광석을 만났고 그의 노래를 들었다고 한다. 군대를 갔을 때 김광석의 부음 소식을 들었다. 그만 음악을 접을까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김광석을 부르는 가수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의 노래에 빠져들었으며 김광석보다 그가 더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이 노래 속에는 희망이 있었고 삶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김광석 노래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가고 싶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본다. 문득 김광석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첫 구절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시작한다. 나는 그 노래 중에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의 가사를 좋아했다. 젊은 날 이 노래처럼 하고 싶어 무조건 기차에 오른 적이 있다. 기차를 타고 덜컹이는 소리를 듣기 위해 기차 칸 사이에 내리는 곳에 가서 기대어 편지를 썼다. 그 곳에서는 기차 안에서 들을 수 없었던 덜컹거리는 소리가 난다. 노래 가사처럼 해보았지만 너무 덜컹거리고 시끄러워 편지는 끝내 쓰지 못했다. 노래에선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으로 간다고 하지만 막상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아닐까?
바람이 좋다. 날것의 바람이 볼에 닿는다. 차지도 물기도 없다. 나뭇잎이 떨어진다. 얄궂은 바람이 나뭇잎을 땅에 내리지 못하게 한다. 바람에 몸을 맡긴 나뭇잎이 여기저기 나부낀다. 이내 재미가 없어진 바람이 멈추자 나뭇잎이 땅에 내려앉는다. 바람이 한 번 더 불자 나뭇잎이 들썩인다. 바람이 좋아 오늘도 “바람이 불어 오는 곳~~”을 흥얼거리며 거리를 활보한다.
전주시평생학습관 오충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