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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989 | 2018-03-05 20:48
눈내리는 탑정호와 명재고택
2월 둘째 주 월요일에 둘째아이 훈련소 수료식이 있어서 논산 훈련소를 방문하였다. 1 월 초에 입소한 이후 연일 강추위가 계속되어서 줄곧 걱정을 하였다. 고생깨나 했을 텐데 몸도 마음도 건강한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둘째라서 그런지 눈치껏 적응하면서 잘 지냈나 보다. 실내 체육관 관중석에 가득 자리한 부모 형제 친구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행진하는 대한의 아들들의 모습을 보니 지난 해 첫째아들 수료식 때 느꼈던 고마움과 뿌듯함이 다시 밀려와서 감회가 새로웠다.
간단한 수료식이 끝나고 아이와 함께 외출이 허락되었다. 탑정호 부근 연입밥 전문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눈보라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얼어붙은 호수는 흰 눈에 뒤덮인 인 채 그림처럼 고요하였다. 아직 귀소 시간이 서 너시간 남아서 명제고택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탑정호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명재고택은 숙종 때 소론의 지도자였던 명재주봉(明齋酉峯) 윤증(尹拯) 선생의 고택이다. 선생은 평생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향촌에 묻혀 살았다. 병자호란 때 선생의 어머니 (문경공 미촌 윤선거의 부인)는 청군에게 죽느니 순절을 택하였다. 이에 조정에서는 윤증선생에게 우의정 벼슬을 내렸으나 사양하였다. 이 때문에 ‘백의정승’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명재고택은 노성산을 배산으로 노성향교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고택에 들어서면 왼편마당에 백 여개는 됨직한 장독대가 즐비하게 줄지어 있고, 장독대 뒤편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고택의 오랜 역사를 대변해 주는 대변자처럼 묵묵히 서 있다. 기와지붕 아래서 올려다 본 고택의 처마 안쪽의 우아한 곡선에서 격조 높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집 앞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고 연못 가운데 둥근 동산에는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다. 여름에 진홍빛 배롱나무 꽃이 피어 녹음이 짙어진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풍경을 상상하니 고전적이고 그윽한 공간이 연상 된다. 고택의 누마루 쪽에 도원인가(桃源人家)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고택 주변의 수려한 경관이 무릉도원 같다는 표현이라고 한다. 글귀에서 아름다운 집에 대한 집주인의 자부심 가득 느껴졌다. 연신 눈보라가 흩날리는 날씨로 인하여 여유롭게 천천히 둘러볼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산천에 녹음이 우거지는 날에 다시 와서 ‘무릉도원’의 경치를 감상해 보기로 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