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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979 | 2018-03-22 19:58
완주 비비정마을 예술기차 체험
햇살은 따뜻했지만 바람은 좀 쌀쌀했던 지난 토요일 오후, 취재 겸 점심을 먹으러 외곽으로 나갔다. 전주 덕진동에서 삼례 비비정 마을 까지 고작 20분 거리이다. 삼례 입구에서 익산쪽으로 좀 가다보면 비비정 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마을 입구에 올라가니 언덕 끝머리에 비비정 정자가 있고, 맞은 편 만경강 교각위에 기다랗게 서 있는 기차 레스토랑이 보인다.
주변 경치가 예뻐서 레스토랑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여기저기 보이는 대로 열심히 사진을 찍다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장기가 들어서 음식이 나오자 마자 사진 찍는 것도 깜빡하고 먹어버렸다. 갈비탕과 치즈 돈까스, 가격은 둘 다 일만 이천원이다. 좀 비싼감은 있지만 맛은 정말 괜찮았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내내 청아한 음성의 노래 소리가 방송으로 흘러 나와서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다음 칸으로 가보니 공예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만경강을 배경으로 차창가에 진열되어 있는 갖가지 다양한 공예 작품들이 모두 예술이다.
아름다운 노래 소리의 진원지는 그 다음 칸이었다. 한 무명 통기타 가수가 라이브 방송으로 노래를 하고 있었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안녕 안녕 내 사랑’ 고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귀에 익은 멜로디에 마음이 저절로 즐거워졌다. 세 번 째 칸은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까페이다. 딸기쥬스를 한 잔 사서 밖으로 나오니 전망 좋은 탁 트인 야외 테라스가 있다.
만경강 폐철도 위에 자리하고 있는 예술열차는 4칸의 기차로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가게와 체험장 그리고 사무실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열차 레스토랑은 가성비 최고의 맛 집이다.
만경강 철교는 붕괴위험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과 수탈의 흔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완주군에서 보존하는 쪽으로 결정하였다. 지금은 안전하게 보수하여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예술열차로 활용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여서인지 가족 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기고 있었다. 철거하지 않은 완주군의 결정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이름이 유래된 비비정은 기차레스토랑 반대쪽에 있다. 카페에서 계단을 내려가 뚝방길을 따라 걸으면 비비정에 도착한다. 비비정 정자 아래 철교위로는 연신 기차가 지나 다닌다.
비비정은 선조6년(1573년)에 무인 최영길이 만들었다.(전라도읍지) 이후 철거 되었던 것을 영조 28년(1752년)에 전라도 관찰사인 약허(若虛) 서명구(徐命九)가 중건하여 관정(官亭)이 되었다.
숙종 때에 비비정을 만들었던 최영길의 손자 최양이 노론의 영수인 송시열을 찾아가 정자의 기문을 부탁 하였다. 송시열은 최양의 가문이 대대로 무신이어서 중국의 장비와 악비의 충절과 용맹을 기념하는 정자라는 의미로 비비정이라 했다라고 '비비정기(飛飛亭記)에 기록되어 있다.
완주와 전주의 아름다운 풍경 8개를 '완산8경'이라 한다. 지금은 만경강에서 하얀 모래를 볼 수 없지만 이곳 비비정에서 만경강 하얀 백사장에 내려 앉은 기러기떼를 바라보는 '비비낙안'이 '완산8경' 중 하나이다.
예술열차 카페에서 바라보는 만경강의 노을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경치로 소문이 자자한데 못보고 와서 아쉬웠다. 다음 번 방문에는 석양 무렵에 가서 노을 지는 풍경도 한아름 담아와야겠다.
글 수석기자 이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