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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2112 | 2018-03-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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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심야시간대에 보기에 안성맞춤인 영화이다. 잔잔하면서도 전혀 지루함이 없이 재미나게 풀어가는 이야기와 영상미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처음 도입부에서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줄거리가 시작되어 현실감이 좀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손예진, 소지섭이라는 두 배우의 존재만으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눈이 즐거운 영화이다.

 

   주인공 우진은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와 사별하고 초등학교 일학년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우진은 고등학교시절부터 각 종 수영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던 국가대표 지망생이었는데, 희귀병이 발병하여 수영선수의 꿈을 접고 수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아내가 죽고 난 후 일 년이 지난 여름, 장마철이 되어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아들은 비가 오면 엄마가 구름나라에서 오겠다는 약속을 상기하며 숲속을 가로지르는 기찻길로 뛰어간다. 우진도 아들을 붙잡으려 뒤 쫒아 간다.

부자는 숲 속에서 눈처럼 하얀 원피스에 핑크색 카디건을 입고 웅크린 자세로 쓰러져 있는 여자를 발견한다. 아들 지호는 엄마를 소리쳐 부르며 다가가서 흔들어 깨운다. 고개를 든 여자는 꿈에도 그리던 천사처럼 고운 엄마다. 지호는 좋아서 팔짝팔짝 뛰는데 주인공은 기절초풍할 만큼 놀라서 뒤로 나자빠진다. 이 광경을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놀라서 쳐다보는 여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여자는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건지 부자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온 후 여자는 자기가 아내였고 엄마였다는 것을 사진과 두 부자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고 다시 아내와 엄마로써 살아가게 되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영화의 중반부터는 현재와 과거의 시점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과거를 전혀기억하지 못하는 아내 수아에게 우진은 첫 만남부터 사랑에 빠졌던 고등학교 시절, 대학시절 내내 그리워하다 결국 군대를 가고 제대한 후에야 처음으로 만나서 데이트를 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의 이야기를 들은 수아는 우진과 다시 사랑에 빠지고 세 사람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꿈처럼 행복한 생활을 하면서 지낸다. 그러나 운명은 잔인하게도 그들의 행복을 시샘하여 수아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버린다.

 

   영화의 마지막은 죽은 수아가 기록해 놓은 일기의 내용을 우진이 읽으면서 이뤄질 수 밖에 없었던 운명적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내용이 추가되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수아를 보고 싶어서 먼 발치에서 몰래 보고 돌아가는 우진을 수아가 발견하고 쫓아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수아는 며칠간 의식 불명상태에 빠진 채 우진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서른 둘의 젊은 나이로 두 사람을 남겨두고 죽는 자신의 미래를 본다.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수아는 혼수상태에서 보았던 대로 우진을 찾아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죽는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내와 엄마를 잃고 동그마니 남겨진 아들과 남편, 그들의 슬픔은 그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서로가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했기에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 싶었던 이들 가족에게 이별의 아픔은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이었다.

영화 초반부의 환타지적 설정은 엄마와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지호와 우진에게 죽었던 수아가 다시 찾아오는 기적 같은 재회가 이루어지는 장면이었다. 재회의 시간들은 절대 아물 것 같지 않았던 깊은 상실감을 어루만져 주었고, 천천히 이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결국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었다.

 

   영화의 줄거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주인공 수아가 우연찮게 자기의 미래를 보았는데 미래에서 일어날 불행을 알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이다. 비록 짧은 시간밖에 살 수 없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사는 것을 선택한 그녀의 사랑에 가슴 찡한 울림이 있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우진과 지호는 오래도록 그녀를 그리워하며 마치 그녀가 그들 곁에서 계속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여기고 살아간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 참 잘 산 사람,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문득 생각 해 본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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