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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962 | 2018-04-05 20:21
봄봄봄 봄이 왔네요
‘봄봄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대 향기 그대로
그대가 앉아있었던 벤치 옆에 나무도
아직도 남아 있네요....
봄봄봄 봄이 왔네요
그대 없었던 내 가슴 시렸던 겨울을 지나
벚꽃 잎이 피어나듯이 다시 벤치에 앉아
추억을 그려보네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다가 ‘봄’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어감이 이리도 곱고 가슴 설레이게 하는 말인지 새삼스레 음미해 본다. 아이 참 맛나다 요 봄이.
덕진동부터 삼천동까지 이어지는 전주 삼천변 가로수길이 지난주부터 벚꽃이 만개하여 지난 주말에 절정을 이루었다. 전주에 온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천변 가로수길 벚꽃이 이렇게 예쁜 걸 처음 알았다. 이 좋은 풍경을 두고 멀리까지 꽃구경 갈 이유가 없다. 전주 인근에는 천변 길 외에도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 몇 군데 더 있다. 제일 유명한 곳은 송광사 들어가는 가로수길과 전주동물원 벚꽃이다. 또 한 군데는 수령이 오래된 아름드리 왕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아중리 저수지이다. 일요일 오후에 가 보니 아중리 저수지 둑 아래 왕벚나무들도 벚꽃이 만개하였다.
3월에 두 어 번 꽃비가 흠뻑 내린 후 날이 많이 풀려서 예년보다 10일 정도 빨리 개화한 것 같다. 화사하게 피어있는 벚꽃 잎 사이로 비치는 그림 같은 호수풍경을 보니 마음이 평온해 진다. 연두빛으로 곱게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에도 봄 기운이 가득하여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멀리 보이는 높고 낮은 아트막한 산등성이들과 군데군데 물오른 연두 빛 나무들을 바라보며 잔잔한 호수 위를 걷노라니 잠시 동안이나마 세상 근심이 다 봄바람에 스르르 흩날려 사라져간다.
둑 아래 벚꽃 길 에는 주말오후라 가족단위로 도시락을 싸와서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수령이 50년은 족히 더 되어 보이는 나무에 가지가지마다 풍성하고 화사하게 피어난 벚꽃의 자태가 황홀하다.
아중저수지 벚꽃 구경을 마치고 길건너 아중역 뒤편 행치마을 입구에 있는 '달빛 든 솔' 까페를 찾았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행치산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정원이 아름다운 까페이다. 구석구석에 작품성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수 십여 종의 나무와 꽃들을 심어서 공들여 꾸민 정원에서 주인장의 정성이 묻어난다. 5월이 되어 봄꽃들이 다 피어나면 더욱 어여쁜 정원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우아하다. 시원한 마차를 시켰다, 생마를 듬뿍 넣어 우유에 갈아주는데 이곳에 오면 항상 마차를 마신다. 음향시설도 좋아서 차 마시면서 음악감상하기에도 참 좋다.
두어 시간 남짓의 짧은 나들이였지만 여기저기 전주의 고운 봄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서 실속 가득한 봄꽃놀이였다.
글 수석기자 이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