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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982 | 2018-04-12 19:46
아픈 역사의 흔적, 아름다운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나다
햇살도 곱고 봄바람도 보드랍다. 그런데 이 좋은 봄날에 언제나 얄미운 황사가 훼방꾼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활개를 치니 항상 휴대폰으로 미세먼지 주의보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나쁨'에도 취재차 달려간 삼례문화예술촌은 실내관람이 주를 이루는 곳이어서 오늘 같은 날에 취재하기 안성맞춤이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삼례역에서 걸어서 2~3분거리에 있어 기차를 이용하여 여행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 강점기 때 수탈한 쌀을 저장해 두던 미곡창고 예닐곱 동을 개조하여 2013년 처음 개장하여 운영해 오다가 올해 들어 부분적으로 휴관을 하고 리모델링해서 3월에 다시 재개관 하였다. 국내외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모모미술관, 관람하면서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디지털아트관, 극장과 공연장을 결합한 시어터에니 등이 있고 이 외에도 북아트센터, 커뮤니티센터, 김상림 목공소, 까페 등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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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문화예술촌 마당으로 들어서니 중앙에 개구리 형상의 귀여운 조형물이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다. 미술관 앞에 설치된 철제 조형물도 이색적이면서도 재미나고 예쁘다. 미술관은 전시회를 앞두고 리모델링 중이어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다양한 작품들이 꽤 많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된 그림들과 각종 공예품들은 즉석판매도 된다. 신사임당의 그림을 모사하여 만든 예쁜 조명등을 하나 샀다. 그리고 고양이 모양 브로치도 너무 예뻐서 충동구매 하였다. 그림은 가격대가 좀 있어서 구매는 하지 않고( 20만원~100만원 정도) 나중에 그림을 배우게 되면 똑같이 모방해서 그려볼 심산으로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그림에 문외한이기도 하거니와 사실 고가의 그림보다는 아기자기하면서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생활소품들을 더 선호한다. 각종 팔찌, 목걸이, 브로치, 반지등 공예장신구도 종류가 많았고 가격대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뒷 문으로 나가보니 새로운 공간이 펼쳐져 있다. 마당 가운데 맑은 물이 흐르는 수로를 만들어 놓아서 사방이 건물로 둘러 쌓여 답답해 보일 수도 있는 풍경이 한결 개방적이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마당을 지나 까페 건물로 들어갔다. 기대 이상의 널찍한 크기와 멋진 인테리어에 놀랐고, 도대체 얼마나 큰 창고였기에 이렇게 큰 공간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쌀 수탈 규모가 얼마나 방대하였고 그 정도가 얼마나 극심하였을지 가히 짐작이 가는 크기였다. 까페는 두개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입구 쪽에 큰 매장이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또 하나의 큰 공간이 있다. 마당에 면한 커다란 유리창은 바깥쪽 연못이 훤히 내다보여 테라스 분위기 나는 곳이다. 블루베리를 듬뿍 넣어 진하게 갈아 만든 요거트를 마시면서 잠시 여유를 만끽했다. 창밖으로 화사하게 핀 진홍빛 꽃나무 아래 벤치가 놓인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다음으로 들어간 곳은 책공방 북아트센터, 센터에 들어서니 오래전에 학창시절 등사기로 민 시험지에서 나던 잉크냄새가 물씬 풍긴다. 옛날 인쇄기와 조판기 등이 그득하게 진열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옛 장신구들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아직 개관 중비중이서 휑하였다. 그래도 몇 가지 전시된 물품이 있어서 사진은 몇 장 찍었다. 아직도 이곳저곳 리모델중이어서 다 둘러보진 못하였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유적지라고 하기엔 너무 낡고 초라한데다 아픈 역사까지 지닌 장소이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사용하고 있는 점이 매우 참신하게 다가왔다. 마치 지나간 아픈 역사를 문화로 치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수석기자 이상희